"코로나 19보다 무서운 '인종차별'"

Coronavirus

Source: Getty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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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 당국의 노력이 극대화되고 있는 와중에 아시아 이민자들에 대한 불신, 불안, 혐오에 기초한 인종차별 사례가 비등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진행자(유화정 PD): 호주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2월 1일부터 14일간 중국을 출발하거나 경유하는 외국인들의 호주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린 바 있습니다. 이 조치를 1주일 연장하면서 우려의 목소리,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1차 조치는 대다수 국민이 수긍했지만 2차 연장조치에 대해서는 국내 경제계가 매우 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거죠. 이런 가운데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즈음한 인종차별 논란도 계속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주 방송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언론계 스포츠계에서의 인종차별 논란, 그리고 시드니와 멜버른의 중국인 밀집지역을 강타한 코로나바이러스 직격탄 등에 대해 심층 보도해 드린 바 있습니다.

계속해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과 인종차별 논쟁에 대해 더욱 깊숙이 들여다보겠습니다. 주양중 책임 프로듀서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인사)

지난주 방송을 통해 SNS 에 회자되고 있는 글을 소개해드렸죠…

“마스크를 쓴 아시아계 승객이 출근길에 시드니 전철 역에 들어선다.
혼잡한 전철 역 안이지만 사람들은 마스크 쓴 승객을 피해간다.
바다가 양쪽으로 갈라진 ‘모세의 기적’과 다름없다.”

물론 과장된 면이 있겠지만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입니다.

주양중: 그렇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보다 무서운 것이 불신, 불안, 혐오 같은 사회적 현상"이라는 한국의 한 정치 지도자의 말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정부 당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공식 명칭이 된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이 와중에 과도한 반응이 아시아 이민자들에 대한 불신, 불안, 혐오에 기초한 인종차별로 비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호주도 결코 예외가 아닙니다.

진행자: 정부 당국과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적극 제기하고 있군요.
주양중: 네. 야권도 이같은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노동당의 다문화 담당 예비장관 앤드류 자일스 의원은 의회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로 특히 호주 내 중국인들이 심한 인종차별에 노출됐다면서 중국인들이 대중교통 공간에서 욕설을 듣거나 우버 택시 승차를 거부당하는 등 아시아계 이민자에 대한 혐오 행위가 급증했다고 앤드류 자일스 의원은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전국적인 반인종차별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진행자: 호주인권위원회도 역시 우려를 표명했죠?

주양중: 네. 호주인권위원회 산하 인종차별위원회 역시 중국인들은 물론 감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횡행하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대처를 촉구했습니다.

인종차별위원회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이 퍼지면서 중국계라는 이유만으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주택 임대를 거절당하는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는 "이번 사태로 가장 힘들고 취약한 상태에 놓인 중국인들을 상대로 '가스라이팅' 즉, 타인을 통제하고 정신적으로 황폐화시키는 행위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비단 호주 내의 중국인들뿐만 아니라 호주한인동포들도 비슷한 사례를 겪고 있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잖습니까.
주양중: 가장 공론화된 이슈가 시드니 명문 여자 사립학교 레이븐스우드의 한국계 여학생의 기숙사 퇴거 조치였는데요.

시드니 레이븐스우드(Ravenswood) 스쿨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으로 인해 한국 학생에게 기숙사를 떠날 것을 요청하고 부적절한 대응을 했다는 시드니 모닝 헤럴드의 보도 내용이 큰 논란을 야기시켰습니다.

시드니 모닝헤럴드는 레이븐스우드 스쿨의 이번 조치가 연방 정부와 주 정부의 대응보다 한발짝 더나아갔다고 꼬집었습니다.

진행자: 저희 SBS 한국어 프로그램에 레이븐스우드 학교 측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죠?

주양중: 네. 학교 측은 정확히 정부 당국, 보건 당국의 지침에 따라 한국계 호주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게 똑 같은 규정을 적용했다고 항변했습니다.

학교 측은 "한국 만이 아니다. 일본, 미국, 홍콩 등 확진자가 나온 다른 모든 나라에서 온 학생들에 대해 똑 같은 기준이 적용됐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학교 측은 “언론의 부정확한 사실 보도에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진행자: 사실 언론의 과잉 보도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죠?

주양중: 언론의 과잉보도도 그렇지만 이번 사태에 즈음한 우리 한인들이나 중국계 교민들 스스로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다는 생각도 해볼 시점입니다.

직장의 한 동료는 “왜 마스크를 쓴 사람은 온통 아시아인들이냐”고 묻기까지 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현실적으로 분명히 이번 코로나 19 사태로 인종차별적 경험을 하는 중국인, 한국인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주양중: 물론입니다. 저희 SBS 한국어 프로그램 SNS 등을 통해서도 많은 사례가 접수됐습니다.

어떤 한국계 호주인 중년여성은 전혀 기침을 하거나 재채기도 안했는데 쇼핑센터 계산대에서 마주친 한 중동계 10 여학생이 자신을 쳐다보더니 무슬림 두건으로 자신의 입을 막는 것으로 보고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불쾌했다고 제보했습니다.

이런 경우 학생들은 또 학교에서 나름 경각심을 주니까 어린 마음에 그랬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진행자: 직장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이 많다는 제보가 있었죠?

주양중: 직접 경험이 아니라, 그런 경험을 당했다는 친구들의 얘기를 들었다는 제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즉,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동료들의 반응이 썰렁해진다는 것이죠… 뭐,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반드시 손이 아니라 팔로 입을 막는 에티켓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진행자: 전철 안에서는 사실 이런 상황에 민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주양중: 그렇습니다. 많은 분들이 전철에서는 똑 같은 경험을 했다는 제보가 많습니다. 전철 안에서도 마찬가진데,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마스크를 착용한 분 옆에 가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꺼려하는 것 같은데, 마스크가 자기 보호인지, 타인 보호인지 애매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서로의 불신을 부추기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진행자: 전철이나 식당 등 공공장소야 그렇다쳐도 차량 호출업체인 우버와 택시 서비스, 심지어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에서도 '아시아인 혐오'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주양중: 이 같은 지적 역시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아시아 계 이름으로 우버를 부르면 승차를 거부한다는 주장도 있는가 하면 아시아계 기사를 의도적으로 거부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로가 민감한 반응인지, 이를 일부에서 부풀리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저희 소셜미디어에는 물론 각종 소셜미디어에 우버, 택시,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인종차별 경험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앞서 언급한대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보다 무서운 것이 불신, 불안, 혐오 같은 사회적 현상이라는 한국의 한 정치 지도자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19사태가 인종차별문제로 더 이상 확산돼서는 결코 안되고, 정부 차원에서도 단호한 조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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