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나 빼고 다 행복해"…상대적 박탈감이 부른 카·페·인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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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행복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카·페·인 우울증이 심화되고 있다. Source: Ge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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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스토리·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서 타인의 행복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카·페·인 우울증'이 SNS 의존도가 높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심화 확산되고 있다.


Key Points
  • 타인의 행복 보며 상대적 박탈감 호소…카·페·인 우울증
  • 소식 공유하는 순기능 잃고 자기 과시의 수단이 된 SNS
  • '있어빌리티'와 '일점호화' 행복 경쟁에 떠밀려 극단 선택도
카·페·인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최근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주변 사람들의 행복한 일상을 접하면서 내 일상과 비교해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을 느끼는 카·페·인 우울증은 특히 SNS에 몰두하기 쉬운 MZ세대를 강타하며 확산 일로입니다.

실제로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에 따르면 SNS 접속 빈도 상위 25%는 하위 25%에 비해 우울증 발병 위험이 3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사화관계망서비스에 비친 타인의 일상에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을 느끼는 증상 카·페·인 우울증에 대해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진행자(박성일 PD): 카페인 우울증이라고 하니 ‘커피의 카페인 과다 섭취로 인한 우울증인가?’ 먼저 이렇게 생각이 드는데, 의외로 근래에 만들어진 신조어라고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카카오스토리·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앞글자를 따 만든 신조어로 카·페·인 우울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접하면서 내 일상과 비교해 타인의 행복한 일상에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을 느끼는 증상을 말합니다.

지인들과 소통하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SNS를 시작했지만 막상 상대방의 행복한 사진이나 글을 보면 '자랑질'한다는 생각이 들고, 다른 사람들보다 적은 친구수에 허무함까지 느껴지면서 이러한 부정적인 정서가 우울증 ·불안장애를 빚고 심할 경우 극단 선택으로 이어질 만큼 문제가 심각합니다.

진행자: 한국의 경우 청년 불안장애가  4년 새 90% 가까이 급증했다는 최근 보도가 있었는데, 카·페·인 우울증이 특히 10~20대부터 MZ세대를 중심으로 심화되고 있다면서요?

유화정 PD: ‘카페인 우울증’은 습관처럼 SNS에 몰두하는 현대인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고, 특히 10~20대에서 심한 이유는 SNS 의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SNS를 처음 접한 시기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는데요. 기성세대는 아날로그로 세상을 배운 뒤 성인이 돼 디지털을 접했지만 10~20대는 유년기부터 디지털을 경험하기 때문에 자아 확립과 인격 성숙이 덜 된 상태에서 디지털 의존이 심해지면 정서조절능력과 회복탄력성이 약해진다고 설명합니다.

진행자: 2030 세대의 소비문화를 빗댄 '일점호화', '있어빌리티'등의 신조어들도 탄생했는데, 있어빌리티는 우리말 '있어'와 영어 'Ability'를 결합한 것임을 단번에 알겠어요.

유화정 PD: '있어빌리티'는 실상은 별거 없지만,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뭔가 있어 보이게 자신을 잘 포장하는 능력을 이름입니다. SNS에 고가의 명품 브랜드의 상품 로고를 부각한 사진이나 해외여행 사진 등을 게시하는 행위 등을 ‘있어빌리티’라고 할 수 있는데요.

SNS는 자기 과시의 경연장이라 불립니다. 팔로워 수가 권력이 된 지 오래고, 독보적인 팔로워 수는 SNS 상에서 추앙받는 헤비 유저들을 탄생케 했고요. 이들은 유명인과 함께 어울린 사진과 에피소드를 끊임없이 업로드하며 고급 인맥을 과시합니다.

한편, '있어 보이게 하는'을 강조하면 있는 '척'이 되지만, '능력'에 방점을 찍으면 포장력이자 연출력이 되고 자신을 브랜딩 하는 하나의 기술이 되기도 합니다.

진행자: 있어 보이는 물품이나 취향은 모방이 가능하지만 인맥만큼은 아니다 라는 거군요. '일점호화'는 또 뭘 말하나요?

유화정 PD: '일점호화'란 최근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소비패턴의 하나로 일반 소비재는 저렴한 것을 선호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한 가지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는 현상을 말합니다.

평소에는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해결하지만 특별한 날에는 과감히 호텔 식사를 한다던가, 지갑은 명품 브랜드를 산다던가 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평소에는 가성비를 엄격하게 따지고 절약하지만 심리적 만족을 주는 무언가에는 사치라고 여길 정도로 고가의 비용을 서슴지 않고 지불하는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진행자: 인생의 단 한순간만은 호화롭게 보내고 싶다는 심리인데, 어찌 보면 그간 절약한 돈의 범위 내에서 자신의 인생을 누린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은 소비패턴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유화정 PD: 문제는 SNS에 올라오는 ‘일점호화’의 찰나만 바라볼 때, 또는 과시 목적의 ‘있어빌리티’를 보면서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때 자신만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부정적인 심리를 부추기게 되는데, 세상 모든 사람은 행복해 보이고 나만 불행해 보이는 왜곡된 심리가 시작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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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공유하는 순기능 잃고 자기 과시의 수단이 된 SNS
진행자: 상대적 박탈감은 자신은 실제로 잃은 것이 없지만 다른 대상이 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을 때, 상대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잃은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라고 정의되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카페인 우울증은 연예인의 화려한 모습을 보며 느끼는 것과 달리, 주로 친한 친구나 별 볼일 없다고 여겼던 누군가와 비교할 때 더욱 심해지는데요.

특히 자아가 건강하지 못할 경우 자신을 포장하거나 허구 세계를 꾸미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괴리감에 사로잡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반대로 스스로 행복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고요?

유화정 PD: 가령 페이스북을 통해선 '내가 이렇게 잘 살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내가 이렇게 잘 먹고 있다’, 카카오스토리로는 ‘내 아이가 이렇게 잘 크고 있다'는 등을 포장해서 보여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는 것인데요.

반면 이를 본 사용자들은 "우리 집 빼고 다 풍족한 것처럼 보인다. 분명 과시용으로 있어 보이게 만든 거란 것을 알면서도 내 모습과 비교하면 자괴감이 든다"고 말합니다.

진행자: 습관적으로 SNS를 확인하고 타인과 비교하며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카페인' 우울증을 방지하기 위한 자가 진단표가 있다고요. 어떤 것들인지 항목들을 짚어보죠.

유화정 PD: 내가 카페인 우울증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총 열 개 항목의 자가 진단표인데요.

1. SNS에 글을 올렸을 때 반응이 없으면 불안하고 초조하다.
2. 접속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다.
3. SNS에 접속하지 않는 시간에도 신경이 쓰이고 불안하다.
4. '좋아요'가 적으면 불안하다.
5. 친구와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에도 수시로 SNS를 확인한다.
6. 다른 사람들의 SNS를 보고 잠을 못 잔 적이 많다.
7. SNS에 올라온 음식점 사진을 보고 일부러 찾아간다.
8. SNS에 모르는 맛집과 명소가 올라오면 뒤쳐지는 기분이 든다.
9. 예쁘고 비싼 음식을 먹을 때 사진을 찍기 전에 누가 먹으면 짜증 난다.
10.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셀카를 계속, 자주 찍는다.

열 개의 항목 중 해당 사항이 0~3개이면 정상, 4~6개는 경미한 SNS 중독과 우울증, 7개 이상은 SNS 심각한 중독과 우울증으로 분류합니다.

진행자: MZ세대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디지털 문화를 접해 SNS 사용 또한 능숙하고 자유로운 세대이지 않습니까,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특징을 가진 세대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들 세대가 소셜미디어에 집착하는 핵심 이유가 달리 있다면서요?

유화정 PD: MZ세대가 소셜미디어 집착하는 것은 해결되지 않는 ‘소속감’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미디어 커뮤니케션 학자들에 따르면 20~30대가 즐겨 찾는 소셜미디어는 그저 단순히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을 보여주고, 생각을 교류하고, 정보를 얻고, 익명의 누군가와 친구가 되는 제2의 세계와도 같습니다.

MZ세대 삶에 깊숙이 자리한 소셜미디어는 현실에서 느끼는 외로움, 스트레스, 불안정한 소속감을 사회적 관계망(SNS)을 통해 일시적으로 해소하려는 일종의 도피처가 되기도 합니다.

진행자: 앞서 언급됐듯이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19~32세 1800명 조사)에서 SNS 접속 빈도가 높을수록 우울증 발병 위험이 3배 높게 나타났는데, 전문가들은 카페인 우울증에 대해 어떤 조언을 제시하나요?

유화정 PD: 카페인 우울증을 탈피할 방법으로 가장 기본은 SNS 사용빈도를 줄이는 것인데요. 사용 시간을 줄이려면 출퇴근길 이동시간에 소셜미디어에 접속하는 대신 간단한 독서활동을 하고, 소셜미디어 사용하지 않는 날을 정해보는 것이 좋고요.

자기 직전에 습관적으로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잠들기 10분 전부터 휴대전화를 만지지 않는 버릇을 들이기가 권장됩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땐 될 수 있으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지 말고 상대방과의 소통에 집중하고요.

특히 SNS는 '특별한 순간'이 담긴 공간임을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럼에도 특정인 때문에 자존감이 계속 낮아진다면 그 사람을 아예 차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합니다.

진행자: 비단 젊은 세대뿐만이 아니라 SNS를 끊지 않는 이상 누구나 감기처럼 겪는 증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컬처 IN, 최근 심화되고 있는 '카·페·인 우울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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