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항공 서비스를 좌우하는 주요 지표...'기내식' 100년의 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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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ntas to reinstate vegetarian meals on short domestic flights after uproar from passengers Credit: Perth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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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수요가 급속 회복되면서 세계 항공의 기내식 서비스 개선이 적극 추진되는 가운데, 콴타스 항공이 일부 국내선 채식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용객의 반발로 재개하는 소동을 빚었다.


Key Points
  • 콴타스, 일부 국내선 채식 서비스 중단했다 이용객 반발로 재개
  • 최초 기내식 1919년 영국… 샌드위치·과일·초콜릿 3실링에 판매
  • 1997년 기내식 문화 바꾼 KAL ‘비빔밥’… 한식의 세계 첨병화 이뤄
  • ‘하늘 위의 만찬’ 기내식이 지상 음식보다 훨씬 달고 짠 이유 있어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떠날 때의 설렘과 즐거움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많은 사람들은 항공여행의 즐거움의 하나로 기내식을 꼽습니다.

긴 비행시간 비행기 안에서 즐기는 기내식은 색다른 재미와 즐거움을 가져다줍니다. 사실 기내식은 항공 여객기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항공사의 서비스를 가늠하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하늘 위의 만찬’ 기내식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요? 항공 여객의 역사와 궤를 함께 하는 기내식의 역사 살펴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나혜인 PD(이하 진행자): 해외여행과 관련해 많은 추억들이 있지만 비행기에 탑승해 가장 처음으로 만나는 즐거움은 아마 기내식일 수도 있을 겁니다. 영어로는 Airline meal 또는 In-flight Meal이라고 하죠?

유화정 PD: 기내식은 이름 그대로 장시간 비행하는 여객기 안에서 승객에게 제공되는 식사로 객실 승무원과 함께 항공사의 서비스 품질을 좌우하는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오랜 시간 동안 장거리를 이동하는 비행기 내에서 항공사가 승객에게 음식물을 제공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실질적인 문제도 걸려 있습니다. 최근 저비용항공이 활성화되면서 무료 기내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항공편 티켓 값에 포함되는 정규 서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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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 United Airlines introduced the “world’s first flight kitchen.
진행자: 비행기에서 먹는 식사는 호화롭거나 특별하게 맛있지는 않지만 제한된 공간 또 그것이 하늘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색다른 경험이 되곤 하는데요. 항공사를 선택하는데도 기내식이 크게 작용하곤 하죠?

유화정 PD: 기내식 자체가 항공사의 서비스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가 되기 때문에 항공사들은 단순히 양질의 한 끼의 식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서 승객의 취향이나 신념, 건강 등 승객 각자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건강 체질 면에서 채식주의자를 위한 베지·비건 메뉴부터 글루텐 프리, 당뇨병 환자를 위해 당분을 줄인 당뇨식이나 유당불내증 환자를 위한 유당 제한식, 고혈압 환자를 위한 저염식 등이 제공되고 있고요.

이밖에 종교와 관련해 할랄(Halal)푸드만을 이용한 이슬람식을 제공하거나, 소고기를 제외한 힌두식, 또 유대교 전통에 따른 유대식 기내 음식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최근 호주 콴타스 항공이 일부 국내선 항공편에 대해 기내식 선택 사항을 변경했다 고객들의 호된 반발을 받았죠?  

유화정 PD: 콴타스 항공은 지난달 20일 “앞으로 콴타스의 일부 국내 노선에서는 승객들이 기내식에 특정 요구 사항을 선택할 수 없게 된다” 라고 공지했는데, 구체적으로 퍼스 구간을 제외한 국내선의 기내식에서 채식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건 환경 운동가 존 디 씨의 트위터를 통해서였는데요. 존 디 씨는 트위터에 "애들레이드에서 시드니행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기내 승무원으로부터 콴타스 항공은 더 이상 (퍼스를 제외한) 국내선에서 채식주의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글을 남겼고, 그의 트윗에는 같은 실망감을 항변하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진행자: 코로나19 팬데믹을 겪는 동안 항공사가 승무원의 서비스 제공을 단순화하기 위해 기내 음식과 제공 서비스에 일부 변경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면서요?

유화정 PD: 콴타스 측은 "특정 노선의 기내식 옵션이 채식주의자들에게 적합하지 않을 것을 고려해 채식주의자를 위한 작은 크기의 달콤하거나 짭짤한 스낵을 대안으로 제공하려고 한다."고 해명했지만 그와 같은 해명이 더욱 화를 부추겼습니다.

또 다른 트위터 브라바 파스먼 씨는"지난달 콴타스 항공편에서 두 차례 같은 경험을 했다"며 "하나는 치킨, 다른 하나는 햄이 들어간 기내식뿐이어서 승무원들이 나에게 콩으로 만든 쌀 과자 작은 봉지를 제공했는데, 이것은 기내식과 맞바꾼 것이었다.” 라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진행자: 호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축산국가이자 세계적 육류 소비국에서 최근 전 세계 3위 속도로 비거니즘 열풍이 불고 있는데, 안 그래도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콴타스가 이번 사태로 또 한 번 공분을 산 셈이네요.

유화정 PD: 콴타스 측은 객실 승무원의 배식 서비스를 간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특별한 식단 요건을 필요로 하는 승객들로부터 기내식 선택 사항을 줄인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면서 여론이 제기 됐고, 결국 콴타스 항공은 선택 사항 변경을 취소하고 기존대로 채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번복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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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ntas brings back vege meals to short-haul domestic flights. Source: ABC Australia
진행자: 현재 기내식 흐름은 양분되고 있는 추세죠. 저비용항공을 중심으로는 유료 기내식을 채택하는 항공사가 증가하는 반면, 퍼스트 클래스 등 고단가 항공운임 승객을 유치하기 위해 기내식을 고급화하는 항공사 역시 증가하고 있는데, 최초 기내식은 언제부터 어떤 형태로 시작됐나요?

유화정 PD: 지금으로부터 근 100여 년 전입니다. 1919년 영국의 핸들리 페이지 항공사가 런던과 파리 구간에 샌드위치와 과일, 초콜릿 등으로 구성된 3실링짜리 런치 박스를 기내에서 판매했는데 이것이 최초의 기내식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어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이 1930년대 최초로 엔진의 열을 이용한 가열장치를 탑재해 따뜻하게 조리된 기내식을 처음으로 제공했고, 1945년에는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의 의뢰로 메리어트가 정형화된 조리법을 공유하고 동일 수준의 기내식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이른바 전문 케이터링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진행자: 전문 케이터링 회사까지 설립될 정도이니 당시 항공 산업의 붐이 일었겠어요.

유화정 PD: 실제 2차 대전의 종전은 항공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세계 질서가 재편되고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항공 여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겁니다.

지금과 비교해보면 전반적인 항공 서비스의 질은 당시가 더 뛰어날 정도였는데요. 당연히 기내식도 더 화려했고 지상의 고급 레스토랑에 비견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일어난 오일쇼크의 타격은 항공서비스의 질을 전반적으로 하향시키게 됐고, 이후 항공기 여행이 보편화하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됐습니다. 좌석 등급에 따라 기내식에 차별화가 이뤄진 것도 이 무렵이었습니다.
2018070415461440239_1530686773쉐프가 항공기 통로에서 직접 기내식을 담아 서빙하는 모습.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3국이 합작해 설립한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의 1970년대 기내식 제공 모습.
쉐프가 항공기 통로에서 직접 기내식을 담아 서빙하는 모습.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3국이 합작해 설립한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의 1970년대 기내식 제공 모습. Credit: SAS
진행자: 현재 퍼스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 이코노미 클래스에 서로 다른 기내식이 제공되고 있는데, 고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춰 고를 수 있는 이른바 주문형 기내식도 등장했죠?

유화정 PD: 기내식은 항공여행에 있어 또 다른 즐거움 중 하나지만, 항공사 입장에선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가는 서비스입니다. 그러다니 항공사 입장에서는 몇 가지 메뉴를 지정해 놓고 승객의 취향과는 상관없이 대량으로 탑재하고 승객에게 서비스하는 것이 일괄적인데요.

아마 간혹 경험들이 있으실 겁니다. 닭고기 메뉴 먹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이미 다 배정되고 어쩔 수 없이 생선 메뉴 기내식을 먹어야 했던 이런 비슷한 기억.

고객이 직접 원하는 메뉴를 고를 수 있도록 사전 주문형 기내식 서비스를 처음 등장시킨 것은 2013년 유럽의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저비용항공사 에어 발틱이었습니다.

진행자: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도 기내식을 공항 식당에서 미리 구입해 탑승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저가 항공사에서 주문형 서비스 제공을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 좀 의아스러운데요?

유화정 PD: 오히려 저비용 항공이기에 가능한 서비스였습니다. 일반 항공사들에게는 기내식 무료 제공이 기본 콘셉트이지만 저비용항공사들에게는 유료 판매가 기본이고 유료 판매가 기본이다 보니, 기왕이면 음식을 미리 주문해 원하는 사람에게만 판매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된 겁니다.

총 20가지 옵션 중에서 자신 만의 메뉴를 구성해 주문할 수 있는데, 에어발틱 홈페이지에서 가상 (Virtual) 기내식 메뉴 트레이에다 원하는 아이템을 골라 기내식을 구성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탑재했다가 남아서 버리는 일도 줄어드니 음식물 쓰레기 처리 문제도 해결되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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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항공 기내식 비빔밥 Credit: Korean Air
진행자: 기내식을 이야기하면서 기내식 문화를 바꾼 한국의 ‘비빔밥’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1998년 국제기내식협회(ITCA) 최고 상인 Mercury Award를 수상하기도 했죠?  

유화정 PD: 대한민국의 국적기 대한항공은 지난 1997년 기내식으로 '비빔밥'을 등장시켜 한식 세계화의 첨병 역할을 했습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대한항공 1등석에 탑승한 마이클 잭슨이 비빔밥에 매료된 사실이 해외 언론에 대대적으로 소개되면서 비빔밥은 시그니처 한식으로서 국제적 명성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아시아나 역시 '비빔밥'과 함께 '쌈밥'을 기내식으로 도입해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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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항공 기내식 영양 쌈밥 Credit: Asiana airlines
진행자: 끝으로 비행기 안에서 먹는 기내식이 맛없다고 느낀다면 그건 요리사의 탓이 아니라고요?

유화정 PD: 고도가 높아지면서 기압은 낮아지고 건조하며 또한 진동과 소음이 가득한 기내에서는 미각과 후각, 소화 기관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되는데 기내 환경은 특히 신맛이나 매운맛보다 단맛과 짠맛을 잘 느낄 수 없게 합니다. 그래서 기내식을 만들 때는 간을 조금 더 세게 한다고 합니다.

진행자: 결국 기내식이 맛있다는 건 지상에서 먹는 음식보다 훨씬 달고 짜다는 이야기군요. 컬처 IN 오늘은 '하늘 위의 만찬' 기내식의 100년 변천사를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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