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먹방 트렌드가 바뀐다…'대식' 뒤엎는 ‘소식’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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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먹방 유튜버 니코카도 아보카도 (2019) Source: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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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식과 폭식의 과도한 소비를 부추겼던 기존의 '대식 먹방' 대신 좋아하는 음식을 소신껏 먹고 충분히 포만감을 느끼는 '소식좌 · 소신 먹방'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Key Points
  • ‘대식·폭식’ 트렌드 바뀐다…소식좌 ·소신 먹방러들 주목 받아
  • 기존 먹방에 대한 피로감, 과도 소비 반성, 환경 관심도 등 요인
  • 소식좌 열풍에 식품업계 미니 사이즈 '한입' 먹거리도 뜬다
한국 문화가 만들어낸 먹방 ‘Mukbang’은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고유 명사로 등재될 만큼 전 세계가 사랑하는 한류 콘텐츠이죠. 그런데 최근 '대식 먹방' 트렌드가 바뀌고 있습니다.

최근 방송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소식하는 식습관이 화제가 되면서 적게 먹고 소신 껏 먹는 ‘소식’ 열풍이 뜨겁습니다.  '소식좌'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습니다.

식품업계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적은 용량으로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 한 입 거리 미니 사이즈 제품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습니다.

대식 먹방 트렌드를 뒤엎는 ‘소식 열풍’ 자세히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주양중 PD (이하 진행자):
여부를 물어보는 말이 인사를 대신하는 것처럼 한국은 식사에 진심인 민족임을 부인할 수 없는데요. 음식을 먹는 방송, 이른바 ‘먹방’이 시작된 건 언제부터였나요?

유화정 PD: 먹방은 2000년대 초반부터 1인 미디어를 통해 뉴미디어에 등장했고 본격적으로 세계적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2010년 이후로 특히 ‘먹방’이란 신조어가 생기면서 음식문화 프로그램이 더욱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는데요.

2015년 구글에 ‘Mukbang’이라는 검색어가 급증했고 2016년에는 미국 CNN이 ‘Mukbang’을 ‘함께 식사하는 소셜 이팅(Social Eating)’으로 소개하면서 ‘먹방의 세계화’가 시작됐습니다. 이후 먹방은 국내 유튜버 전유물이 아니라 전 세계 1인 크리에이터들이 함께하는 하나의 글로벌 콘텐츠가 됐습니다.
Do you mukbang? It’s the new form of ‘social eating’
CNN
진행자: 전 세계적인 한국 문화 열풍은 여러 이변을 낳았는데요. ‘먹방’ 역시 세계인이 사랑하는 한류 콘텐츠로 자리하면서
이라는 표기로 옥스퍼드 영어사전에(OED)에 고유명사로 등재되기도 했죠?

유화정 PD: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출간하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140년 전통을 가진, 영어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전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옥스퍼드 사전은 2021년 전 세계적 한국 문화 열풍을 반영한 먹방 한국어 어휘 ‘한류(hallyu)’, ‘K드라마(K-drama)’ ‘반찬(banchan)’ ‘먹방(mukbang)’ 등 26개를 사전에 등재했는데요.

먹방에 대해서는 ‘온라인 시청자와 대화를 나누며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실시간 방송’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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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먹방 유튜버 니코카도 아보카도 (2019) Source: AP
진행자: 먹방은 먹는 행위를 단순히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쿡방(요리하는 방송), ASMR(소리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먹방 등 다양한 콘텐츠로 진화했는데,먹방 시청의 주된 동기는 아무래도 대리만족감이 되겠죠.

유화정 PD: 실제 시청자들은 방송 출연자가 먹는 것을 보며 기본적인 식욕을 충족시킬 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고단함에서 해방감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한 번에 여러 음식을 많이 먹거나 비싼 음식을 먹는 장면을 보면서 다이어트, 경제 상황 등을 이유로 못 먹는 음식을 간접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또 단순히 방송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며 시청하기도 하는데, 유명인이 먹는 모습을 보면, 따라 해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며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따라 해 보기도 하고 먹방에 나오는 음식을 똑같이 배달시켜 먹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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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유튜버 쯔양 Source: Getty
진행자: 먹방의 주요 시청자 층은 20·30대가 주를 이루는데, 먹방의 인기 배경에는 1인 가구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연적으로 생겨난 혼밥족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죠?

유화정 PD: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앞에 앉아 저녁을 먹을 때 누군가 함께 하길 바라는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게 먹방 인기를 끌어올린 핵심 이유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2019년 처음으로 30%를 넘어선 데 이어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20·30 세대의 35%가 1인 가구입니다. 이처럼 1인 가구가 증가하자 ‘혼밥족’이 등장했고 이들은 혼자 간단히 끼니를 때우며 생기는 정서적 허기를 먹방으로 달래면서 먹방이 꾸준히 소비됐습니다.

1인 가구 시대에 코로나 여파까지 더해져 점점 더 개인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대중들은 익숙했던 식구라는 공동체 식사의 빈자리를 채팅 등이 가능한 먹방에서 소통하며 정서적 허기까지 채울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최근 TV와 소셜미디어 등에서 먹방 콘텐츠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죠. 많은 양을 차려놓고 입안 가득 먹는 대식 먹방 대신 소식 먹방이 주목을 받으면서 '소식좌'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면서요?

유화정 PD: 유명 연예인들 사이에서 '소식'하는 식습관이 최근 화두가 되면서 소식 열풍이 번지고 있는데요. 적게 먹는다는 뜻의 '소식'과 특정 분야 최고의 자리라는 뜻의 '본좌'가 더해져 '소식좌'라는 신조어도 출현했습니다.

'소식좌' 인기의 서막은 그룹 원더걸스 출신 배우 소희가 열었습니다. 소희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달걀흰자 반개를 2분30초 동안 천천히 씹어 먹고, 빵 위에 그릭 요거트와 잼을 얹어 건강한 식사를 즐겼는데요. 좋아하는 음식을 천천히 여유롭게 음미하는 모습이 과거 다른 먹방들과 대조되며 화제가 됐습니다.

또 유튜브 예능에서 방송인 박소현과 가수 산다라 박은 각각 라테 두 잔과 바나나 1개로 한 끼 식사를 대체하는 등 방송가 대표 소식좌임을 자타가 인정했는데요. 놀랍게도 두 사람이 출연하는 '밥맛없는 언니들'의 영상은 매회 조회수 200만 뷰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몰이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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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먹방이 뜨고 있다. Source: Getty
진행자: 사실상 먹방은 인터넷 개인방송이 등장하면서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것인데요. 십 수년간 시청자들에게 대리 만족감을 주면서 인기를 누렸던 대식 먹방계에 도전장을 내민 소식좌, 먹방계에 소식 열풍이 부는 이유는 뭘까요?

유화정 PD: 지금까지 우후죽순 쏟아졌던 먹방 콘텐츠들은 대개 일반 사람들이 소화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음식을 빠른 속도로 먹는 내용으로 전개돼왔습니다. 폭식에 가까운 자극적인 먹방에 지친 시청자들이 적게 먹는 소식가들의 먹방을 참신하게 느끼고 있는 것인데요.

최근 소셜미디어나 유튜브에는 "소식좌를 보면서 쓸데없이 과식하고 산 건 아닌지 새삼 느낀다" "소식이 식량문제와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식사법인 것 같다" "대식은 하고 싶어도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등 소식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고요.

전문가들 역시 폭식을 조장하고 다소 폭력적이라는 점에서 비판받아온 기존 먹방에 대한 피로감,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 인플레이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소식이 식량문제와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식사법인 것 같다" 이 말은 즉 소식좌 트렌드의 핵심이 건강뿐만 아니라 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도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유화정 PD: 지난해 12월 시사IN·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인식을 조사한 결과 '기후위기가 나의 일처럼 가깝게 느껴진다'는 답변이 64.5%로 절반을 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실제로 음식을 생산하고 유통, 소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참고로 2019년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회원국 정부 간 협의체 IPCC 보고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동물성 식품 대신 순식물성(완전 채식) 식품을 섭취할 경우 2050년까지 매년 온실가스 약 80억 톤을 줄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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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열풍에 등장한 성인 손바닥 크기의 미니 아이스크림 케이크 Source: Getty
진행자: 요즘에는 기업과 소비자가 제로 웨이스트, 업사이클링, 미니멀리즘, 에코 프렌들리 캠페인 등 친환경 라이프에 관심이 높아졌죠. 또 소식하는 사람들이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열량 제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인데요. 최근 부는 소식좌 열풍에 식품업계들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식음료업계는 적당한 포만감이 느껴지는 정도의 용량을 앞세워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닭가슴살이나 오리고기 같은 다이어트 제품은 180g에서 100g 정도로 중량을 줄여가며 경쟁 중이고, 기존 380g에서 95g으로 중량을 대폭 줄인 '미니피자'도 '소식' 상품 대열에 뛰어들었습니다.

탄산수 시장에도 미니 사이즈가 주력 상품인데요. 기존 300㎖ 안팎이던 용량을 한입에 마시기 좋은 190ml 사이즈로 더 줄였는데, 매출은 오히려 2배에서 많게는 4배나 더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른바 소식좌들은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지 않고 조금씩 자주 먹는 습관을 들여 건강하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해 다이어터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며 인기를 얻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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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먹방·소신 먹방이 뜨는 이유
진행자: 먹방이 인기 있는 이유는 식욕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원초적인 욕구이기 때문이죠. 무조건 많이 먹는 대식 먹방'의 벽을 허물었다고는 하지만 청소년들 사이에 지나친 절식 문화가 유행처럼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데요.

유화정 PD : 소식 먹방은 과도한 영양 섭취의 시대에 나온 반작용과 같은 트렌드로 보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소식 먹방’은 ‘소신 먹방’이라고도 불리는데, 좋아하는 음식을 자기 소신껏 먹을 수 있는 양을 먹고 배부름을 느낀다는 의미입니다.

에너지를 낼 만큼만 먹어도 충분히 음식을 즐긴 게 아니냐는 사람들의 심리, 그리고 적게 먹기 때문에 오히려 한 입을 먹더라도 맛있는 것을 찾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주요 포인트입니다.

먹방의 변화가 보여주듯 많은 양을 배부르게 먹기보다는 한 입이라도 알차게 즐기는 실속형 식문화가 대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먹방 트렌드가 바뀌고 있습니다. 최근 고국에서 불고 있는 '소식 열풍'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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