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려진 변호사 인터뷰: “호주에서 교통사고 당하면 어떻게 하죠?”

Two cars in collision on roadway

Credit: Tom Merton/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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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는 서호주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에서 누구의 과실이든 상관없이 치료, 재활, 부상으로 인한 임금 보조에 대한 것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려진 변호사(Littles Lawyer)


박성일 프로듀서(이하 진행자): 호주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에서 익숙하게 운전하던 분들이 호주에서 교통사고가 났을 때 당황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요, 오늘은 교통사고 배상 전문 변호사인 이려진 변호사와 함께 호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대처 요령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려진 변호사님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려진 변호사(이하 이려진): 안녕하세요. 이려진 변호사입니다.

진행자: 오늘 귀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드니, 멜버른, 퀸즐랜드, 퍼스 등 로펌 리틀즈에서 개인 상해, 산업재해, 교통사고 배상을 전문으로 하고 계시고요, 오랫동안 무료 법률 자문 활동도 펼치고 계신 걸로 압니다. 사실 무료 법무 상담이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요, 이 같은 지역사회 지원 활동에 나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이려진: 무료 법률 상담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 역시 워홀러로 처음 호주 땅을 밟게 됐고 학교에서 공부를 하면서 학생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어요. 그리고 호주에서 사업도 해보고, 집도 구매하고, 다른 사람들과 분쟁도 생겨서 고민을 해본 일도 많았습니다. 이런 많은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몇 날 며칠 고민하고, 잠도 못 자고,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곤 하잖아요. 그런데 사실 이런 사건들의 경우에 단 몇 분 정도만 전문가와 통화를 하거나 이야기를 해 보면 쉽게 해결될 수 있거나, 더 심각해지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를 하셔가지고 어려운 상황으로 가는 걸 다 방지할 수 있거든요. 예전에 제가 있을 때는 그런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었어요. 저 역시도 어려웠던 적이 많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상담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교민분들께서 굉장히 좋아하시고, 특히 워홀러나 유학생분들이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이곳에 거주하고 계신 교민 분들과 유학생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시작하게 된 겁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산업 재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고요. 오늘은 교통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나눠보겠습니다. 워킹 홀리데이나 유학생 비자로 호주에 온 분들은 물론이고, 최근 호주에 이민을 온 분들 특히 한국식 운전에 익숙한 분들은 한동안 호주에서의 운전이 익숙지 않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일단 운전석 위치도 다르고, 라운드 어바웃이나 훅턴이라는 아주 생소한 시스템도 만나게 되고요. 변호사님께 연락을 한 사람들 중에 교통사고와 관련된 상담 내용은 어떤 것들이 많은가요?

이려진: 호주에 처음 와서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처음 호주에서 운전하게 되면 아무리 운전에 익숙한 분들이라도 많이 당황하고, 특히나 한국에서 수십 년간 운전하셨던 분일수록 한국식 운전 방식을 호주식으로 고치기가 어렵다고 하시더라고요.

이걸 둘로 나눠서 말씀드리자면 최근에 한국에서 오셔서 정착하려는 교민분들, 이런 분들 같은 경우에는 말씀하셨던 것처럼 운전 방향, 그리고 운전 습관이 익숙지 않죠. 안전거리 미확보로 인해서 갑자기 충돌하는 경우도 많아요. 한국에서는 조금 전투적으로 운전을 하시잖아요? 그리고 비보호 우회전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고요. 비보호 좌회전도 많이 바뀌었죠. 한국에서도 작년부터 법이 바뀐 걸로 압니다. 그런 부분에 대한 개념이 미흡하셔서 반대 차선에서 오는 차랑과 부딪힌다거나 우선순위에 대해서 잘 이해를 못 하셔서 어느 차가 먼저 양보를 해야 하는가를 모르는 경우도 있고요. 한국에서는 일단 차가 먼저 들어가고 보는 경우가 있잖아요?

진행자: 네, 일단 차머리부터 먼저 넣는다고 이야기를 하죠

이려진: 그렇죠. 이렇게 먼저 들이밀었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고의 경우 아주 심각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별로 없고요, 보통 차량 파손이나 경미한 사고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다행입니다.

하지만 워홀러 분들이나 유학생분들 같은 경우에는 성향이 많이 달라요. 물론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워홀러 분들이나 유학생분들 같은 경우에는 운전면허를 딴 지 얼마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운전 미숙으로 발생하는 사고가 가장 많습니다. 워홀러 분들 같은 경우에는 특이점이 있는데요. 늦게 농장에서 출퇴근하다가 어두운 길에서 비포장도로나 이런 곳에서 사고를 당한다거나, 아니면 외곽으로 조금 나가면 캥커루나 야생 동물이 많잖아요. 야생동물을 친다거나 해서 차가 뒤집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또는 단체로 한 농장에서 다른 지역에 있는 농장으로 이동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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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려진 변호사(Littles Lawyer) Credit: Supplied
진행자: 사실 저도 지난달에 교통사고가 났거든요. 비가 오는 퇴근 시간대였는데, 앞차가 정차를 하길래 저도 브레이크를 밟고 바로 섰죠.. 그리곤 뒷 차가 와서 제 차의 후방을 그대로 밀어버린 거예요. 저도 운전 경력이 30년이 넘는데도 이런 사고를 호주에서 처음 당하다 나니까 아무 생각도 안 나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안 나더라고요. 호주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내가 교통사고를 냈을 수도 있고, 교통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고요. 이때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점, 무엇일까요?

이려진: 교통사고가 나게 되면 가해자와 피해자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호주에서는 서호주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에서 누구의 과실이든 상관없이 치료와 재활, 만약 부상으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에 따라 발생하는 임금 보조와 관련된 것들도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호주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과실이 아닌 경우에만 치료 후 재활 임금 보조 신청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상황이 달라지는 경우는 언제냐면요. 나중에 사건 시간이 지나고 나서 배상 청구에 대한 권한이 주어질 때 그때 차이점이 생기는데요. 가해자 같은 경우에는 종합 배상 청구를 할 수가 없어요. 이유가 왜냐하면 법리 때문인데요. 영미법에서는 자기가 자기 스스로에게 소송을 걸 수가 없어요. 다른 법인이 있거나 뭔가 다른 개체를 소송을 할 수 있는 것이지 내가 나를 소송을 할 수는 없는 거죠. 그래서 내가 나 스스로에게 소송을 해서 종합배상 청구를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같은 경우에는 가해자의 보험사로부터 그러니까 가해자가 가지고 있는 강제 대인 보험으로부터 금전적 손해와 신체적 부상 그리고 여러 가지 종합배상 신청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게 됩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멜버른, 시드니 등 호주가 지역 별로 교통사고가 났을 때 대처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른 것 같은데 지역별로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려진: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대부분 다 비슷한 형태를 띱니다. 호주는 연방 국가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비슷한 형태의 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생소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뉴사우스웨일스주 같은 경우는 SIRA, 빅토리아주 같은 경우에는 TAC, 서호주 같은 경우에는 RCWA, 퀸즐랜드에서는 CTP라고 불러요. 이름이 조금씩 다르지만 다 똑같은 강제 대인 보험입니다.

왜 강제가 붙느냐하면 우리가 차량을 등록할 때 거기 조그마하게 밑에 깨알같이 쓰여있어요. 이 삼백몇 십 달러는 강제 대인 보험사를 위해서 나간다. 그러니까 내가 합법적으로 도로에 차를 올리고 운전을 한다고 하면 모든 사람이 다 이 보험에 들어있다고 보면 됩니다.

차이점이 어떤 거냐? 지금 각 주마다 차이점을 너무 자세하게 설명드리기는 쉽지 않고요. 크게 차이점은 “어디까지 배상을 받을 수 있는가?”, “어느 정도 기간 동안 배상을 받을 수 있는가?”가 될 겁니다.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서호주 같은 경우, 퍼스 같은 경우에는 가해자가 배상을 받지 못하고, 여러 가지 혜택을 받지 못하고 피해자만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른 것이고요.

뉴사우스웨일스주 같은 경우에는 재작년에 법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사고 이후, 원래는 6개월 동안만 치료를 받고 재활하고 응급 보조가 나왔었는데 이제 1년으로 바뀌었어요. 1년 동안, 52주간은, 사고 발생 이후 52주간은 치료받으시고, 재활 치료하시고, 그리고 임금 보조받으실 수가 있고요. 빅토리아주 같은 경우에는 특별하게 정해 놓은 기간이 없습니다.

조금씩 다르죠. 정말 조금씩 다른데, 배상이 나오는 방식이나 아니면 최대 배상액이나 그런 부분도 조금씩 다릅니다. 임금 보조와 관련해서도 임금 보조 최고액이나 아니면 임금 보조에 포함되는 부분 같은 것도 조금씩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임금 보조가 말씀드리는 것 같다. 임금 보조가 나오는 최고 임금 보조가 나오는 금액이나 아니면 임금 보조에 포함되는 부분이나 그런 부분이 조금씩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한국에서는 보통 교통사고가 나면 몸이 다치거나 차가 상하거나 모두 보험회사를 통해 처리를 하지 않나요, 그런데 호주는 다르다고 하던데요. 보험회사가 차는 고쳐주지만 몸이 아픈 건 다른 문제로 처리하는 것 같던데요?

이려진: 네, 금방 제가 말씀드렸던 그 점인데요. 한국에서는 교통사고가 나면 일단 보험사를 부르죠. 보험사 직원이 와서 차가 망가졌으면 공장 가서 고치고, 사람이 다쳤으면 병원 데려가죠. 이렇게 해결이 되는데 호주에서는 차량이 손상된 것과 사람이 다친 게 별도로 독립돼서 운영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먼저 차량 손해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우리가 자동차 보험을 들잖아요? 그 자동차 보험을 통해서 차량 수리나 물질적인 손해에 대한 부분을 배상 청구하게 되고요 차량을 수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만약에 사고로 인해서 사람이 다치는 상황이 발생하면 아까 강제 대인 보험이라고 말씀드렸죠? 강제라는 말을 말씀드렸는데요. 무조건 합법적으로 도로 위에 올라가 있는 차, 운행할 수 있는 차라면 누구나 다 들어야 합니다.
호주에서 만약 사고가 발생해서 누군가 굉장히 위험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이 된다고 하더라도 금전적인 이유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차량이 다 이 보험에 들어 있기 때문에, 보험이 안 들어져 있어서, 치료비가 없어서, 수술비가 없어서 수술을 못하거나 치료를 못 받으시는 상황은 절대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려진 변호사(Littles Lawyer)
진행자: 알겠습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워홀러 혹은 유학생 비자를 소지한 사람이 만약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려진: 네, 뺑소니 사고 때문에 연락 오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으세요. 차를 눈앞에서 봤는데 그 차가 치고 도망 갔다고 하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고요.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는 것이 호주에는 ‘Nominal Defence’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게 뭐냐면 아까 제가 잠깐 영리법상의 배상에 대해서 말씀드렸죠. 내가 소송을 걸 누군가 상대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죠. 그래야지 배상 청구를 하거나 여러 가지 할 수 있다는… 그래서 ‘Nominal Defence’라고 가상의 상대를 만드는 겁니다. 원래 사람은 없지만, 누군지 특정할 수 없지만,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상대로 해서 그 법인을 상대로, 아까 말씀드렸던 내가 만약 신체 상해를 당했다고 하면 이런 부분에 대한 치료비나 재활 치료나 임금 보조 같은 모든 배상을 똑같이 받으실 수가 있어요.

진행자: 그렇군요, 이제 인터뷰를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변호사님, 마지막으로 한인 청취자 여러분들께 교통사고 대처와 관련해 당부 말씀을 하신다면요?

이려진: 기회만 되면 워홀러나 유학생분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안타까운 게 호주에서 교통사고가 나고 나서 “저는 보험이 안 들어 있어요”, “보험 연장하는 걸 까먹었어요” 이런 얘기를 많이 하세요.

한국에서 보험을 안 들고 운전을 하는 분이 있나요? 아무도 없습니다. 자동차 정비가 제대로 안 돼 있는데 운전하는 분이 있나요? 없습니다. 똑같이 생각하시고 호주에 오셔서 운전할 때도 꼭 보험 드셔야 합니다.

요즘 강연을 갈 때마다 항상 하는 말이 있는데요. 만약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면 내가 안전하다는 가정하에서, 그리고 움직일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 잠깐 밖에 나오셔서 360도 한 바퀴 삥 돌면서… 요즘 핸드폰 다 쓰시잖아요. 핸드폰 동영상으로 360도 한 바퀴 삥 도시면서 천천히 한 20초 정도 주변 상황을 기록해 두세요. 어떤 분쟁이 많이 발생하는가 하면 상대방이 미안하다고까지 했는데, 분명히 내 과실이 아닌데, 난 보험이 없는데 나중에 내 잘못이라고 상대방 보험사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참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 바뀌 돌면서 동영상을 녹화해 놓으면 모든 증거 자료가 다 남게 됩니다. 그 안에 날씨도 담기고요 주변 교통 상황도 담기고요. 모든 게 다 들어갑니다. 그래서 안전하다는 가정 하에서 20초 정도 한 바퀴 돌면서 영상을 기록하길 바라고요.

그리고 사고가 났다고 바로 한국에 들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치료와 재활, 아까 말씀드린 임금 보조까지 모두 다 받으실 수 있어요. 그래서 치료비 부담이나 아니면 생활비 부담이 없습니다. 꼭 사고 등록하시고 사고에 대해서 전문가와 상담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진행자: 네 알겠습니다. 오늘은 이려진 변호사와 함께 호주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중요한 내용들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이려진 변호사님 오늘 귀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려진: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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