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그 많던 꿀벌은 어디로 갔을까"…멸종하면 인류 생존까지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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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2035년 꿀벌이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ource: ABC Austr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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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쯤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유엔(UN)이 밝힌 가운데 꿀벌이 사라지면 지구 생태계 파괴에 따른 식량부족으로 인간의 생존까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잇따라 제기됐다.


Key Points
  • 지구온난화로 ‘벌집군집붕괴현상’ 세계적으로 심각 수준
  • 유엔, “2035년쯤 꿀벌이 지구에서 사라질 수 있다” 경고
  • 꿀벌 감소, 생태계 교란과 식량 안보에 심각한 문제 야기
  • 호주는 꿀벌에 치명적인 '바로아 응애' 퇴치에 고군분투
“그 많던 꿀벌은 어디로 갔을까”

최근 수년사이 전 세계 벌집 ‘군집 붕괴’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2035년쯤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유엔(UN) 보고 이후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식량 부족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일찍이 세계적인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멸종하면 인간도 4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를 남긴 바 있습니다.

이처럼 꿀벌의 감소와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각국이 꿀벌 살리기 노력에 분주한 가운데, 호주는 꿀벌에 치명적인 진드기 ‘바로아 응애(Varroa destructor)’ 확산을 막기 위해 수천만 마리의 꿀벌을 불태우며 고군분투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살펴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합니다.

주양중 PD (이하 진행자): 꿀벌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가 최근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실제로 어느 정도 심각 수준인가요?

유화정 PD: 유엔은 2017년 지구촌 야생벌 2만 종 가운데 8,000종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며 이런 추세라면 2035년 무렵에는 꿀벌이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세계 생물다양성 정보기구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야생 꿀벌 종의 25%가량이 감소했습니다.

유엔은 꿀벌 실종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로 지정하고 있는데요. 아마 많은 분들이 보셨을 겁니다.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가 수백 마리의 꿀벌에게 뒤덮인 모습. 바로 꿀벌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화보 촬영이었습니다.

이에 앞서 2015년 하버드대학 새뮤얼 마이어스 교수팀은 꿀벌이 사라진다면 연간 142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가상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선 2016년 꿀벌이 멸종 위기 생물로 지정될 정도로 개체 수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감소했다고요.

유화정 PD: 미국은 2006년부터 꿀벌이 떼죽음을 당하기 시작해 최근 10년간 개체수가 40%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도 2010년 이후 45% 정도 꿀벌이 사라졌다고 밝혔습니다.
꿀벌 개체수 감소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대두되고 있는데요. 고국 한국에서는 2022년 1분기 전국 양봉 농가에서 약 78억 마리의 꿀벌이 월동 기간에 '소멸'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진행자: 꿀벌은 누에와 함께 인류가 오래전부터 길러온 곤충이죠.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꽃가루를 옮기는 꿀벌 덕분에 식물이 열매를 맺고 우리는 그 열매를 먹을 수 있는 건데, 꿀벌이 사라진다?  앞서 언급된 하버드대의 가상 연구가 곧 현실로 다가올 것이 분명한데요.

유화정 PD: 유엔 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작물 100종 가운데 코코아, 커피, 아몬드를 포함한 71종의 작물이 꿀벌의 수분 작용으로 생산됩니다.

꿀벌이 감소하면 생태계 교란과 식량안보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유엔과 과학자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벼, 밀과 같이 꿀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화수분하는 일부 식물이 살아남더라도 식량 부족과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진행자: 물론 평생 쌀과 빵만 먹으면서 건강을 유지하며 생존할 수는 없죠. 우리 몸에 꼭 필요한 3대 영양소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특히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지 않습니까?

유화정 PD: 맞습니다. 꿀벌이 화분 매개자 역할을 하지 못하면 식물이 열매를 맺지 못해 결국 멸종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특정 식물 종에 의존하는 초식동물이 먼저 영향을 받게 되는데 예를 들어, 우유와 고기로 사용되는 많은 소들은 대표적인 초식 동물로 알팔파와 루핀에 의존하는데, 둘 다 곤충의 수분 작용이 필요합니다.

만약 소의 식량 공급이 감소한다면, 고기와 이들을 먹이로 삼는 곤충과 초식동물은 물론 인간까지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은 자명하고, 우유 생산량도 감소해 인간의 식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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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에서 시민들이 살충제 사용 금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Source: AP
진행자: 인류의 농업 역사와 함께해온 꿀벌이 갑자기 사라지고 있는 원인은 어떻게 꼽아지고 있나요?

유화정 PD: 꿀벌이 사라진 사례로 중국 쓰촨 성 사례가 종종 거론되는데요. 중국은 1958년 대약진 운동의 하나로 참새를 몰살하면서 해충이 창궐하자 살충제를 대량 살포해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을 초래한 바 있습니다.

과학지 '사이언스'는 살충제 외에 질병, 기생충, 그리고 특히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꿀벌 생존에 매우 위협적인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로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거나 비가 많이 쏟아지면 벌들이 적응하지 못해 쉽게 죽을 수 있으며, 더불어 지구온난화로 꽃이 피고 지는 기간이 짧아져 꿀벌이 꿀을 모을 수 있는 기간도 짧아지는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꿀벌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을 전문 용어로 ‘군집 붕괴 (Colony Collapse Disorder)'라고 표현한다고요?

유화정 PD: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벌집을 나선 일벌, 즉 일을 나간 어른 벌들이 살충제, 기후 변화 등의 요인으로 갑자기 사라지고 벌통 안에는 여왕벌과 유충만 남아 있다 벌집이 폐사하는 현상을 ‘벌집군집붕괴’라고 하는데요.

군집붕괴현상은 꿀벌 개체수 감소의 주요인으로 제기되는 세계적인 현상이며 매년 유럽 30%, 남아프리카 29%, 중국 13%의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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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n-bee-lievable truth behind why bees are disappearing Source: Getty
진행자: 지난해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 연구팀이 산불로 죽어가는 벌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죠.

유화정 PD: 2021년 10월 글로벌 체인지 바이올로지(Global Change Biology)에 발표된 연구 보고서에서 애들레이드 대 연구팀은 북미와 유럽에서부터 콩고와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산불과 산불 피해가 반복되고 있어 생물 다양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종의 개체 수가 갑작스럽고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보고서에는 호주 토종벌의 멸종 위기종이 2019~2020년 대형 들 불 이후 5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도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여러 연구가 다각적으로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꿀벌 실종 이유가 명확히 밝혀진 건 아닌데요.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해도 인류 역시 생태계의 일부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유화정 PD: 꿀벌이 사라지면 단순히 꿀 못 먹는 정도 아니야? 이 정도로 생각할 문제가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 드린 꿀벌이 사라지는 원인에는 스마트폰 등의 사용이 늘면서 곳곳에서 전자파가 발생해 꿀벌이 벌통으로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도 꿀벌이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는데 이러한 현상은 중국, 인도 등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진행자: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 주요 꿀 생산국 중 하나인 호주는 오히려 수천만 마리의 꿀벌을 불태우는 정반대의 행보를 하고 있다는 우려가 최근 외신을 통해 월드뉴스로 확산됐는데요.

유화정 PD: 지난달 3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호주가 ‘꿀벌 보호’를 이유로 수천만 마리의 꿀벌을 불태우고 있다”며 “호주 정부는 꿀벌에 치명적인 진드기 '바로아 응애 (Varroa destructor)'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라고 전했는데요.

바로아 응애는 적갈색의 참깨 씨만 한 크기의 진드기로 꿀벌에 기생하면서 체액을 빨아먹으며 군집을 붕괴할 정도로 무서운 파괴력을 발휘하는 진드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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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roa mites. Picture: Queensland Department of Primary Industry
호주 정부가 지원하는 꿀벌 정보 사이트 ‘비 어웨어(Bee Aware)’에 따르면 꿀벌의 산란, 장애, 비행 성능 저하, 사냥 후 군체로 돌아오는 속도 저하, 수명 단축, 일벌의 무게 감소 등을 일으켜 궁극적으로 개체수의 감소, 여왕벌의 교체, 군집 붕괴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진행자: 호주는 지금까지 바로아 응애 청정국으로 평가돼 왔죠.

진행자: 바로아 응애가 발견됐다는 첫 보고가 나온 것은 지난 6월 말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뉴캐슬항이었고, 이어 항구로부터 100㎞ 떨어진 지점에서도 바로아 응애의 존재가 파악됐는데요.

호주 정부는 바로아 응애가 발견된 뉴캐슬항을 포함 벌집으로부터 10㎞ 내에 있는 벌집을 불태우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정부는 "만일 이 진드기를 처리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꿀벌 전체 군집을 말살시킬 수 있다"며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꿀벌의 멸종에 대처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강구되고 있는데, 숲이 아닌 도시 양봉이 늘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일본 동경 등에서 도시 양봉이 시도되고 있는데요. 야생보다 도시에서 즉 살충제 영향을 덜 받는 곳에서 양봉해서 개체 수를 늘린다는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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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w Coté, the president of the New York City Beekeepers Association, and his son Nobuaki, check the hives Source: The New York Times
특히 뉴욕시는 2010년부터 일반인의 양봉을 허락하면서 옥상과 정원에서 벌을 키우는 인구가 늘고 있는데,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그 밑에 야생 꽃을 많이 심는 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에는 도시에 '꿀벌 호텔'을 설치하고 있는데요. 있습니다. 구멍이 뚫린 대나무를 모아 만든 집으로, 비를 막아주는 아크릴 지붕도 있습니다. 호텔 답게 정기적으로 방을 청소해주는 관리인도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그 많던 꿀벌은 어디로 갔을까? 결국 근원을 찾아가다 보면 우리의 환경 문제, 지구 온난화 문제와 닿아 있습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꿀벌 군집 붕괴 현상에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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