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브리핑] 개인 의료 보험과 환자 지불 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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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호주 공립 의료와 사보험 시스템에 대해 알아봅니다.


박성일 PD (이하 사회자): 주간 경제 브리핑 함께하고 계십니다. 계속해서 강혜리 리포터와 함께 호주 생활 경제 쉽고 재미있게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강혜리 리포터, 안녕하세요?

강혜리 리포터(이하 리포터):  안녕하세요,  SBS 애청자 여러분.  매주 여러분의 생활에 밀접한 경제 뉴스를 가져오는 강혜리입니다.

사회자: 오늘은 어떤 소식 가져오셨나요?

리포터: 오늘도 지난 시간에 이어 SBS 인사이트에서 보도된 내용 중 흥미로운 부분을 애청자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려 하는데요. 바로 병원의 Out of Pocket, Gap Fee에 관한 내용입니다.

사회자:  Gap Fee, 또는 Out of Pocket은 환자가 진료비에서 메디케어, 사보험료 공제 후 추가 지급해야 하는 금액인데요. 익숙지 않으신 분들은 왜 보험료를 냈는데 또 추가 지급 금액이 있나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리포터: 그렇습니다. 한국 보험과 호주 보험을 비교하는 게 교민 커뮤니티의 단골 논란거리 중 하나인데요. 보장 금액이 정말 확실한 한국 보험과 비교하면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긴 하죠. 보험 들고 나서 항목별로 일정 기간 웨이팅 기간도 있잖아요?

사회자: 비교하자면 끝이 없죠. 또 하나 한국 커뮤니티 안에서 논란이 되는 게, 공립 병원의 서비스 수준인데요.  생명이 위급할 정도가 아니면 굉장히 오래 기다려야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불만 사항이죠.

리포터: 제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면요, 제 아이가 천식이 있는데, 천식으로 응급실에 가면 거의 30분 안에 진료실에 입장했거든요. 그런데 2살쯤 한 번은 놀이터 미끄럼틀에서 떨어졌는데 겉으로 봤을 때 크게 다친 부분은 없었어요. 그런데 걱정이 돼서 데려갔거든요. 네 시간 기다렸어요. 물론 모두 병원비 한 푼 안 냈고, 서비스에 만족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4시간은 좀 과한 거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회자: 수술도 정말 생명이 위태로운 게 아니면 몇 개월 기다리는 건 예사고요. 이비인후과 스페셜리스트 같은 경우는 공립으로 보려면 1년 정도 기다려야 되죠?  

리포터: 그렇습니다.  특히 스페셜리스트를 바로바로 볼 수 있는 문화에서 저희가 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많은 분들이 바로 사립 병원 의사나 스페셜리스트를  볼 수 있는 사보험에 가입하시는데요. 문제는 사보험이 언제든 사립 병원에 비용 부담 없이 갈 수 있을 거라는 가입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거죠. 최근 호주인들이 사보험에서 대거 이탈하는 것도 놀랍지 않은데요.

사회자:  특히 25세에서 29세의 젊은 층이 사보험을 탈퇴하고 있어 업계 전체가 위기라는 뉴스가 많은 미디어에서 보도된 바 있습니다.  정부에서 사보험 가입 장려를 위해 리베이트와 세금 등의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요?

리포터: ABC에서는 2018년 6만 4천 명 이상이 사보험을 탈퇴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사보험 서비스에 대한 불만족 외에도 보험료의 인상률이 물가나 임금 상승률 이상이었다는 데서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특히 물가 상승률의 50% 이상 상승했다고 하네요.

사회자: 젊은 층이 안정적인 직업을 찾기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네요.

리포터: 9월 24일 방송된 SBS 인사이트에서는 24세에 자궁 내막증을 발견한 사라 씨의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사립 병원에서 2년간 5번의 수술을 하는 동안 3만 불의 Gap Fee를 내야 했다고 합니다.

사회자: 3만 불이나요? 사보험이 있었나요?

리포터: 네, 최고 수준의 병원 커버와 Extra Cover 가 있었는데도 그랬다고 하네요. 사라 씨는 치료 중 복용해야 했던 강한 진통제 때문에 운전을 할 수 없었고, 기억도 자주 잃어서 결국 일을 그만두어야 했고, 남편의 수입도 많지 않아 부모님의 연금 등 도움을 받아 치료를 하고 있다는데요. 곧 집을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사회자: 사라 씨가 무료인 공립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는 뭔가요?

리포터: 공립 서비스 경험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진통제를 받는데 3시간 반을 기다려야 했고, 수술 후 한 번은 방광에 문제가 있어 병원을 찾았는데, 3시간 42분간 대기하면서 소변줄이 새서 바닥에 타월을 깔고 누워 있어야 했다고 하네요.

사회자: 안타깝네요. 그 외에도 똑같이 최고 수준이나 비슷한 수준의 사보험을 몇 년간 납입했는데도 많은 갭 피를 납부한 환자들의 경험이 나오는데요. 왜 이런 갭 피가 발생하는 건가요?

리포터: 사립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병원에 묵는 비용과 의료 서비스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요.  사보험은 일단 병원 숙박비를 지불합니다.

사회자: 그럼 의료 서비스 비용에서 Gap Fee가 발생하는 건가요?

리포터: 네. 호주에는 각 의료 서비스 항목당 Medicare Benefit Schedule, MBS에서 정한 가격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MBS에서 100달러로 정한 의료 서비스를 받게 되면 75달러는 메디케어가 납부하고 25달러는 사보험에서 납부하는데요. 문제는 각 의사들이 꼭 MBS에서 정한 가격을 따를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사회자: 그렇다면 어떤 의사는 그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건데요. 이 부분에 대한 규제는 없나요?

리포터: 현재는 없다고 합니다. 대체로 도시, 부유한 동네일수록 의사 비용이 더 비싼 현상이 있다고 하고요. 인사이트에 출연한 퀸즐랜드의 지노라는 의사는 자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의사가 Australian Medical Association, AMA의 권고 가격에 따라 진료비를 정한다며 오히려 MBS 가격이 오르지 않는 것, 어떤 분야에서는 30년 동안이나 오르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사회자: 결론적으로 갭 피란 AMA 가격에서 MBS 가격을 뺀 금액이네요. 실질 의료비는 AMA가 정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그렇다면 사보험은 AMA 가격을 기준으로 보상을 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리포터: 지노 씨도 같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각 의사들이 해당 분야에 독보적인 실력이 있지 않은 이상 대체로 AMA 가격을 청구하며 환자의 사정에 따라 좀 깎아 주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결국은 사보험이 AMA 가격을 커버해야 한다고요.

사회자: 인사이트에서는 또 호주인의 55%가 사보험을 들고 있으며 갭 피는 매년 300억 이상을 지불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그 결과로 개인이 호주 건강 시스템에 기여하는 비율이 사보험이 기여하는 비율의 2배이며 프랑스, 독일, 영국의 국민들의 기여액보다 더 많다고 보도했습니다.

리포터: 그런데 그 보험사도 연방 정부의 금전적 서포트를 받고 있지 않나요. 사보험 기여 비율이 너무 적은 것 같아요. 그리고 의사들이 ‘대체로’ AMA 가격을 청구한다고 하지만, 진료소의 위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는 걸 보면 이 부분도 개인 부담을 늘리는 요인인 거 같고요.

사회자: 결국 소비자들이 좀 더 저렴하게 진료를 받으려면 진료소마다 전화해서 가격을 좀 알아봐야겠네요. 제가 사는 동네만 해도 다양한 GP 들이 다양한 금액을 청구하더라고요.

리포터: 맞습니다. 치과나 물리치료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 큰 질병의 경우에는 또 이야기가 달라지죠.

사회자: 그렇네요. 일단 충격으로 합리적인 판단이 어려울 것 같아요.

리포터: 인사이트에 나온 사례자들도 입을 모아 병에 대해 들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고, 또 자신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의사가 말하는 치료가 필요한 것인지, 가격이 정당한지 등에 의문을 제기하기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사회자: 당연하죠. 목숨이 위험하다. 살리려면 얼마가 든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깎아 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게다가 의사에게 밉보이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도 충분히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리포터: 네. 하지만 주의하지 않으면 같은 치료 과정에 몇 만 달러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Health Economist인 그리피스 대 Emily Callender 교수는 말하는데요. 비싼 곳이라고 항상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으론 비싼 곳이 친절하긴 하더라고요.

사회자: 아무래도 감정적 서포트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어필하겠죠. 참 어려운 부분입니다. 연방 정부에서는 지난 4월, 각 스페셜리스트가 얼마를 청구하는지 알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건 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리포터: 출연자들은 이 웹사이트가 청구 가격뿐 아니라 MBS와 각 보험사별 보상액을 같이 게재하여, 실제 환자들이 낼 금액이 얼마인지를 알리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사회자: 그렇겠네요. 의료 서비스 소비자들이 알고 싶은 건, 최종 지출액일 테니까요.

리포터: 또 Emily Callender 교수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각 진료소별 결과도 함께 게재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하는 한편, 현재 호주 의료가 공립과 사립 두 가지 형태로 제공되고 있는데, 의료를 시장의 손에 맡기는 것, 필요가 아닌 지불 능력에 따라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옳은지 호주 사회가 생각해 보는 것이 가격 비교 웹사이트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사회자: 그것도 정말 맞는 말씀이네요. 출연한 의사들도 의료 서비스를 모두 공립으로 운영하는 것에 찬성했다고 하니 논란이 되고 있는 호주 공립 의료와 사보험 시스템이 앞으로 어떤 비전을 가지고 변화할지 기대됩니다. 오늘도 유익한 내용 감사드리고요. 강혜리 리포터, 수고 많으셨습니다.

리포터: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수고하시는 의료인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하면서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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