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인터뷰: GP 박선영 씨 "이렇게 긴 여정인 것을 알았다면 시작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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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이어 호주에서도 자신의 전문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이민자들을 만나보는 시간. 한국의 소아과전문의에서 멜버른의 GP로 의료인의 길을 이어가고 있는 박선영 씨를 만나봅니다.


홍태경 PD: 한국에 이어서 호주에서도 자신의 전문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이민자들을 만나보는 시간. 오늘은 GP로 활동하고 계신 박선영 선생님 만나보겠습니다. 지금 연결돼 있는데요. 안녕하세요.

박선영 GP: 안녕하세요.

홍태경: 간단하게 먼저 본인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박선영: 저는 박선영이라고 합니다. 현재 호주의 멜버른 버우드 지역에서 살고 있으며 근처에 있는 시아 메디컬 센터에서 GP 의사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아울러서 모나쉬의대 GP 겸임교수로서 실습 나오는 의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고요.
한국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소아과 전문의로서 병원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에 호주 정부로부터 초청 비자를 받은 남편을 따라서 어린 두 아들 데리고 어떻게 보면 아무 생각 없이 호주로 이민을 오게 되었습니다.

홍태경: 소개가 굉장히 흥미로운데요. 아무 생각 없이 오셨다고요? (웃음)

박선영: 네. 왜냐하면은 남편 일 때문에 한 2년 있다가 들어간다고 생각해서 진짜 아무런 준비도 없고 호주에 아무 친척도 없거든요. 그래서 그냥 캔버라로 처음에 왔어요. 그래서 그 당시에는 이민인 줄 사실 몰랐습니다.

홍태경: 그런데 그렇게 아무 계획 없이 오셨던 거에 비해서는 지금 굉장히 전문직에서 또다시 의사로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계신 건데요. 사실 그 부분이 궁금한 부분이 많은데 한국에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 레지던트 거치거나 요즘에는 의과 전문대를 졸업하고 또 의사가 되는 과정도 있지만요. 호주에서 의사로 활동을 하시려면 또 다른 과정을 거쳐야 될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는 호주에서 어떤 과정을 거치는 건가요?

박선영: 여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한국과 아주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의사가 됩니다. 그러니까 수능 시험을 치고 의대를 들어가게 되면 의대를 무사히 졸업하고 인턴, 그 다음에 레지던트, 여기서는 레지스트라(registrar doctor)라고 하는데요. 그 과정을 거쳐서 GP 스페셜리스트나 다른 스페셜리스트가 된다고 보시면 되는데 GP는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보시면 되고 스페셜리스트라고 여기서 얘기할 때는 다른 외과라든지 내과, 이비인후과 이런 다른 전문의로 보시면 됩니다.

차이점이라고 하면 의대 졸업하고 의사 자격증을 위해서 한국에서는 국가시험을 쳐야 되는데요. 저도 예전에 쳤었고요. (호주는) 따로 국가시험이 있지는 않아요. 단지 무사히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 수련의 기간을 2년을 지원해서 하게 되는데 그러고 나면 기본적인 의사로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홍태경: 그런데 박선영 선생님처럼 한국에서 의사로 활동을 하시다가 호주에서 또 같은 직업을 이어나가려면 사실 한국 의사 면허가 호주 의사 면허로 전환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박선영: 그렇죠, 아니죠.

홍태경: 쉽지 않은 과정을 또 통과해야 하셨을 것 같은데 어떤 과정이 필요했던 건가요?

박선영: 쉽지 않았던 건 사실입니다. 제 경우를 말씀을 드리면 한국에서 제가 소아과 전문의로서 수년간 근무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하고 호주의 의료 시스템이나 과정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약 한 10년에 걸쳐서 많은 과정들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먼저 영어부터 있는데요. 이게 가장 어려웠었고요. 처음에 사실 상당히 높은 영어점수를 요구해서 아엘츠(IELTS)나 아니면 OET((Occupational English Test)라는 영어 시험에서 각각의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했고 그 다음에 의대 필기시험에 해당되는 의사로서 MCQ라는 시험을 합격해야 했고 그 다음에 크리니컬 시험(Clinical Exam)이 환자를 진료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임상시험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이 세 가지를 다 합격하면 일반 의사 자격증에 해당되는 서티피케잇(Certificate)이 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자격증을 갖고 의사로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병원에서 먼저 수련의로서 2년 정도 근무를 했고요. 이 과정이 다 끝난 다음에 선택을 할 수 있는 거죠. GP 스페셜리스트를 할지 스페셜리스트를 할지. 그런데 저는 아무리 소아과 전문의였지만 GP 스페셜리스트로 바꾸고 싶었기 때문에 다시 GP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시험을 쳐서 GP 레지스트라로서 한 2년에 걸쳐서 다시 여러 클리닉에서 근무하고 마지막으로 그걸 다 마친 다음에 펠로우십 시험이 이제 가정의학과 전문의 시험에 해당되는 건데 그거를 통과해서 마침내 이제 전문의 시험이 끝나게 됐죠.

홍태경: 와, 언제 끝이 나나 싶어요. 의사가 가장 공부를 많이 하는 직업이라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박선영: 솔직히 말씀드려서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 시험 많이 쳐야 되는지 몰랐었습니다.

홍태경: 모르셨기 때문에 용감하게 시작하셨던 거 아닐까요?

박선영: 예 맞아요. 알았으면 아마 엄두가 안 났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홍태경: 그런데 지금 거치신 이 과정을 그러니까 호주에서 의대를 나온 학생들과는 다른 과정인 거잖아요.

박선영: 그렇죠. 일단 그 학생들하고는 다르죠. 거기는 의대를 졸업하면 자연스럽게 인턴 수련의 하고 레지스트라하러 갈 수 있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거고 외국에서 온 저 같은 사람들은 처음부터 의사로서의 자격증 시험부터 다시 시작하고 나서도 수련의 과정으로 들어가는 것도 다시 또 시험을 쳐야 돼서 경쟁이 아주 많거든요.

홍태경: 정말 존경스럽네요. 그렇게 해서 지금 현재 이제 GP로 활동하신 지는 그러면 얼마나 되신 거예요?

박선영: 지피로서는 지금 한 7~8년 됐나요? 한 8년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시험 끝난 뒤로 모든 전문의 시험까지 다 끝난 거는 사실은 그렇게 오래 안 됐어요. 한 5~6년 됐나요? 그래서 정말 한 10년에 걸쳐서 계속 시험의 연속이었죠.

홍태경: 그렇게 해서 어렵게 GP로서 호주에서 진료를 하시고 계신데요 이렇게 호주에서 의사로 활동을 하시면서 또 느끼는 부분이 남다르실 것 같아요. 호주에서의 의사와 한국에서의 의사, 어떤 부분이 좀 차이가 있을까요?

박선영: 아무래도 호주는 기본적으로 영국 시스템을 도입했고요. 한국은 미국 시스템을 도입한 부분이 많아서 좀 차이가 나거든요. 그래서 호주는 GP가 담당하는 1차 진료가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볼 때 한국은 전문의 제도가 아주 발달되어 있어서 어떻게 보면 전문의 만나기가 호주에 비해 더 수월한 면이 있죠. 그런데 이 호주에서는 일단 GP가 커버하는 부분이 아주 좀 광범위하죠. GP가 제공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의 영역이 한국에 비해서 상당히 광범위하고 모든 환자들이 일단 GP를 먼저 만나서 진료를 받고 GP가 생각했을 때 커버가 안 되는 영역이라든지 필요한 경우에는 레퍼럴(referral)을 가지고 스페셜 리스트를 만나는 게 기본적인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서 약간 차이는 있습니다. 그래서 다 장단점은 있다고 생각되고요.

제 입장에서는 제가 아무리 비록 소아과 전문의로 한국에서 오래 일을 했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호주에서 GP가 다양한 환자를 볼 수도 있고 많은 부분의 서비스를 제공해드릴 수 있어서 지금 일이 더 재미있고 더 보람도 많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홍태경: 그렇겠네요. 좀 더 일반적이고 좀 더 다양한 사례를 직접 진료하실 수 있는 게 GP고 예전에 소아과 전문의셨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좀 차이가 있겠군요. 호주에서도 GP로 활동하시면서 좀 ‘뿌듯하다. 내가 이런 부분에서 참 의사가 되길 잘했다. 호주에서도 이렇게 힘들게 다시 과정을 거치길 잘했다’ 이렇게 느끼게 되신 어떤 사례가 있으셨을까요?

박선영: 어떤 딱 한 가지 사례가 잘 생각나지는 않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한국분들이 찾아오시는 비중이 점점 늘어나서 현 상황에서는 거의 한 80% 정도, 제 환자분들의 80% 정도가 한국분들이십니다. 그래서 이제 그분들 중에는 의외로 오랜 기간 동안 언어의 장벽이나 정보 부족들 때문에 제대로 의료 서비스를 많이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못 받으셨던 부분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꽤 있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분들한테 설명도 좀 더 해드리고 아니면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실질적인 어떤 도움들을 도와드릴 수 있었을 때 상당히 뿌듯하고 제가 제 직업상 마땅히 해야 되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훨씬 좀 보람이 있다고 느껴질 때가 꽤 많습니다.

홍태경: 특히 요즘에 멜버른도 그렇고 시드니도 그렇고 호주 전역에 한인 이민자 분들 많이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더욱 그렇게 한인 환자분들 만날 기회가 많으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반면에 또 호주에서 이민자 출신 의사로서 활동하시는 부분에 있어서 조금 또 어려운 부분이나 약간 힘든 부분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박선영: 그럼요 먼저 한 가지, 저처럼 외국에서 온 의사들한테는 19AB 혹은 10-YEAR 모라토리움(Moratorium)이라고 하는 제약 조건이 있습니다. 이것이 호주의 어떤 이민 정책에 따라서 조금씩 변할 수도 있고 또 강화될 수도 있는데 옛날에 의사가 부족 직업군이었을 때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요.

그런데 이제 이것 때문에 외국인 의사가 면허를 취득한 이후에도 한 10년 길게는 10년까지 도시 지역 안에서 근무하는 데 많은 제약을 이제 두게끔 하는 것이 사실 현실입니다. 저 같은 경우도 가족들하고 떨어져서 지방에서 일을 하고 수련받고 병원에서 일을 해야 되는 시간들이 꽤 많았어요. 결혼도 했고 저는 애기도 있었기 때문에 많이 힘들어서 그 기간이 아주 힘들었고요.
그때 사실 부모님이 한국에서 ‘너희들 왜 갔었니’하면서도 와서 도와주시고 다시 오셔가지고 애들 돌봐주셨고 남편도 계속 지원해 주지 않았으면 제가 못했겠죠.

홍태경: 힘든 시간을 잘 견디셨네요.

박선영: 그 시간이 이제 지나고 나서 지금 현재는 이미 다 지나고 나니까 사실 호주에서도 한국 분들은 많이 없지만 많은 외국인 의사분들이 이미 액티브하게 활동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다른 그 외의 어려움은 크게 없습니다.

홍태경: 그러면 이렇게 호주 생활의 장점으로 인해서 또 호주 이민을 계속 꿈꾸시고 계획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텐데요. 의사분들도 있을 수 있고 아니면 의대생도 있을 수 있고요. 이렇게 같은 길을 꿈꾸는 분들에게 어떤 부분을 조언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마지막 질문으로 드리겠습니다.

박선영: 앞서 제 경우에 말씀드렸듯이 외국인이 호주에서 다시 의사로서 일할 수 있게 되기까지 거쳐야 될 과정이 좀 길고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 젊으시고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제 호주에서의 어떤 본인의 삶이나 또 가족들의 삶에 어떤 좀 더 건강하고 여유 좀 있게 어떤 삶을 계획하신다면 분명히 도전해 볼 가치는 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저처럼 엉겁결에 그냥 정보 없이 이민 오셔서 고생하지 마시고 미리 호주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하는 과정을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시고 정보도 또 많이 수집하셔서 신중하게 결정하시기를 바라고 이 호주에도 의대도 학부도 있고 또 의학대학 전문원 제도도 있거든요. 그래서 잘 찾아보시고요. 저도 지금 현재 상태에서는 제 일에도 만족하고 또 저나 제 남편이나 또 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기 때문에 결국 궁극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홍태경: 지금 이 마지막 말씀만 들어도 많은 분들이 또 용기를 내서 준비하실 수 있는 힘이 될 것 같네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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