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북한 여성들은 세뇌당한 로봇이 아닙니다” 북한 여성들에 대한 사진전 여는 레즐리 파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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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방문 중인 레즐리 파커 작가와 브론웬 달튼 UTN 교수(좌), 레즐리 파커 작가가 2015년 북한 방문 중 해주에서 찍은 사진 Source: Supplied / Lesley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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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4일부터 17일까지 UTS 비즈니스 스쿨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진전: 북한 여성들-조용한 변화’ 전시는 사진 작가인 레즐리 파커 씨가 지난 2015년과 2018년 북한을 방문해 찍은 북한 여성들에 대한 사진을 전시한다.


Key Points
  • 레즐리 파커 작가, 2015년, 2018년 북한 연구자인 UTS 브론웬 달튼 교수와 두 차례 북한 방문
  • 소기업인으로 가족들을 부양하는 북한 여성들의 변화를 담은 전시회 개최
  • 파커 작가, “북한에는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세계가 있어…”
나혜인 PD: 레즐리 파커 씨 안녕하십니까? SBS 한국어 프로그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파커 작가: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혜인 PD: 파커 씨는 시드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이자 사진작가이신데요. 최근 개최되는 사진전 “북한 여성 – 조용한 변화”에 대해서 얘기해 주시죠.

파커 작가: 네. 제 전시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개최되는데요. 또한 시드니기술대학교 UTS의 브론웬 달튼 교수와 정경자 부교수가 함께 만든 책의 출판을 기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두 분은 10년 이상의 시간을 북한 여성들의 현실을 탐구하는 데 보냈습니다. 저는 사실 달튼 교수님의 북한 탐구 여행에 동행한 적이 있는데요. 달튼 교수님은 이미 몇 차례 북한을 방문하신 바 있습니다.
나혜인 PD: 이번 사진전에는 여성들이 수레를 끌거나 거리에서 물건을 팔고 빵을 굽는 것부터 화려한 옷을 입는 것까지 다양한 북한 여성의 모습이 보여지는데요. 북한의 어떤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고 하신 건가요?

파커 작가: 제가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제가 실제로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북한을 북한을 방문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인데요. 언론에서 보여진 북한에 대한 강한 이미지가 이미 있었기 때문에 사실 어려운 일이긴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앞에 보이는 것들만 포착하려고 목표했는데요. 제가 애초에 사진전을 하겠다거나 이 사진을 공개할 의도로 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브론웬 달튼 교수님이 이 연구를 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요. 호기심을 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곳에서 본 것은 두 가지의 세계였습니다. 한 세계는 엘리트들의 세계인데요. 수도인 평양에서 비교적 편안한 삶을 사는 것이었고요. 평양의 경계를 넘어선 시골에서는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매우 검소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두 세계의 사이에 달튼 교수님과 정경자 교수님이 보고 계시는 이 여성들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여성들은 소규모 기업가 정신을 통해 자신과 가족을 위해 싸우고, 어떤 경우는 사업을 대규모 기업으로 확장시켜왔습니다. 어떨 때는 정부의 허가를 받고 일을 하지만 어떨 때는 돈을 쥐여 주고 감시자의 눈을 가린 채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떨 때는 위험 부담을 안고 감시망을 피하면서 매우 조심스럽게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들이 하는 것은 상품을 거래하는 것인데, 이들 중 일부는 중국으로 국경을 넘어 물건을 사서 북한에 돌아와 시장에서 이를 팝니다. 어떤 사람들은 집에서 음식과 술을 만들어서 농산물 시장이나 길거리 장마당에서 팝니다. 불법이 아니라면 일종의 반쯤 공식적인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혜인 PD: 북한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셨다고 말씀하셨지만 사실 쉽지가 않습니다. 북한은 폐쇄적인 국가라는 명성이 높기 때문이죠. 어떻게 이 북한 방문과 사진 촬영이 허가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파커 작가: 물론입니다. 북한은 매우 폐쇄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매우 폐쇄돼 있습니다. 2020년부터 완전 폐쇄에 들어갔고 최근 들어 몇 주 전에 일부 러시아 관광객의 출입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깐 기본적으로 4년간 국가를 폐쇄시킨 건데, 펜데믹 전에는 대략 1년에 10만 여명이 북한을 방문했었습니다. 이 가운데 9만 5000명은 중국과 러시아 관광객, 또는 동 유럽 관광객이었고요. 서양인들은 아마도 5000명가량이었습니다. 서양인에는 남한 사람과 미국인들이 예외로 취급됐는데요. 북한 여행 금지 조치로 북한을 방문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관광객을 데리고 갈 수 있도록 북한 정부의 허가를 받은 전문 여행사가 있었습니다. 국가에서 승인한 국내 여행사와 제휴해 여행을 했습니다. 저는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 북한을 방문했는데요. 북한의 삶을 관찰하기 위해 북한에 접근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학자들과 같이 여행했습니다. 북한에 들어갈 때 선입견 없이 들어간 것은 정말 다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끔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하거나 사진을 찍을 때 예외적이고 비범하고 놀라운 것들을 찾고 있는데요. 저도 그런 일부를 포착하긴 했지만 그건 단지 그런 것이 그 곳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저 평범한 삶 또는 저희가 볼 수 있는 어느 정도의 평범한 삶을 기록하고 싶었는데요. 북한에서는 볼 수 있는 것에 대한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나혜인 PD: 아. 그렇다면 북한에 연구원으로 가신 건가요? 아니면 관광객으로 가신 건가요?

파커 작가: 네. 관광 비자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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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경제(Auntie economy) / 레즐리 파커 2018 Source: Supplied / Lesley Parker
나혜인 PD: 그렇군요. 그럼 이번 북한 여행 전에도 북한에 대해 관심이 있으셨는지요?

파커 작가: 저는 우리 사회와 매우 다른 사회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예를 들면 1990년 대 초에 소련을 여행했었습니다. 하지만 2015 첫 북한 여행 전까지 제가 북한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은 M*A*S*H뿐이었습니다. 어릴 때 방영된 한국전쟁에 대한 TV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 외에는 언론에서 볼 수 있는 김 씨 일가와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것들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2014년 말 저는 북한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읽었는데요. 이 책이 얼마나 사실을 근거로 쓰여졌는지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작가가 말하는 내용 중 어느 정도가 순수한 허구인지를 알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저는 브론웬 달튼 교수님이 근무하고 계시는 대학의 전문 직원이었고요. 저는 달큰 교수님이 그 분야에 대해 연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하나가 또 다른 하나를 이끌고, 달튼 교수님은 2015년 9월 북한 여행에 저를 초청했습니다.

나혜인 PD: 북한에 있는 것은 어떤 느낌이었나요? 뭔가 비현실적이었나요? 아니면 뭔가 기대하셨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나요?

파커 작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이를 설명하는 매우 좋은 단어이네요. 버스에 탔던 때가 기억나요.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에 갔는데 아주 좋은 공항이었어요. 그리고 버스에 올랐고 시내로 향했죠. 저는 그때 깨달았어요. 일종의 검은색, 흰색, 회색으로 꾸며져 있는 도시를 생각했다는 것을요. 하지만 도시는 매우 다채로운 색을 지닌 곳이었습니다. 건물은 하늘색이었고, 민트와 핑크 색도 있었습니다. 비교적 바쁜 도시였어요. 서울 같진 않았지만 한국이나 호주의 중형 도시 같았습니다. 여러분께서 아시는 그런 지방 도시요. 교통 체증이 있었고 일이 마치면 버스나 트램을 타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시각적으로는 제가 기대했던 것과 매우 다른 곳이었습니다. 비록 사전에 제가 북한에 대한 많은 것들을 읽고 꽤 많은 것들을 알았다고 생각했었지만 저는 북한에 가자마자 빠르게 알았습니다. 다시 금방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요. 왜냐면 뭔가를 보면 계속 생각을 하기 때문이었죠. “그래, 내가 지금 뭘 본지?” 라고요. 매우 복잡한 영화 같았죠. 그래서 퍼즐 조각을 좀 더 잘 맞추기 위해서는 그 영화를 다시 한번 더, 즉 두 번째로 봐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확실히 이 첫 여행은 매우 초현실적인 느낌이었습니다.

나혜인 PD: 도시에 대해서 묘사해 주신 부분이 제가 기대했던 것과도 다른데요.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여행을 하고 사진 촬영을 하셨을 때 어느 정도의 자유를 가지고 계셨었는지도 궁금합니다.

파커 작가: 네. 물론 따라야 하는 명백한 규칙들이 있었는데요. 가기 전에 이런 규칙에 대해 약간의 브리핑을 받습니다. 북한을 여행할 때에는 규칙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통제와 감시가 사실이라는 고정 관념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유롭게 이동할 수는 없습니다. 가이드가 항상 같이 있어야 하죠. 하지만 꼭 군인인 붙어서 감시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저희의 첫 여행에서는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랑스러운 젊은 여성 2명이 함께했는데요. 외국어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매우 영어를 잘 했어요. 특히 더 어린 쪽은 영어를 매우 연습하고 싶어 했고요. 이들은 정말 사랑스럽고, 편안했고 재미있었습니다. 공원엔 가서 서로 엎고 돌아다니기도 했고요. 정말 사랑스러웠답니다. 우리가 이동할 때 이들은 버스에서 노트에 뭔가를 끄적거리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루하루 무엇을 했는지 기록하는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저희에게 사진을 찍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도 매우 드문 경우였고요. 한 예는 김정일과 김일성의 동상을 보러 갔었는데, 그때가 해 질 무렵이었어요. 전 동상 뒤에서 사진을 찎으면 멋질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그중에 한 명이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사진을 찍지 말라고 하더군요. 왜냐면 지도자의 뒤에서 사진을 찎는 것은 북한의 문화에서 매우 무레한 행동이라고 했습니다. 지도자의 사진을 찎을 때는 뒤에서 사진을 찎을 수 없고 또한 동상의 전체를 찍어야만 한다고 했습니다. 가슴까지의 사진을 찍을 수도 없고, 전체를 찍어야 한다고요. 이런 규정들이 있었어요. 특히 지도자의 초상화 근처에서요. 그리고 확실히 군사나 건축 관련해서도 그 어떤 사진을 찍을 수 없었습니다.

나혜인 PD: 완벽해야만 하는군요…

파커 작가: 네. 최고만을 보여주는 거죠. 북한에 대한 훌륭한 책을 쓴 영국 외교관이 있는데요. 그 책은 “Only Beautiful, Please”라고 불렸습니다. 어디에서든 카메라를 꺼내면 “안돼요” “사진, 안돼요”하면서 끝에는 “꼭 아름답게만요.”라는 말이 반복됐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즉 북한은 외부에게 최고의 것만 보여지기를 바라고 있어요. 저는 2번의 여행에서 1500장의 사진을 찎었고, 그 가운데는 아름다운 것으로 간주될 수 없는 사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것은 남한의 아름다운 산처럼 실제로 아름다운 국가를 보여주는 것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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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위한 옷차림(Dressed for success) / 레즐리 파커 2015 Source: Supplied / Lesley Parker
나혜인 PD: 1500장이면 엄청나군요. 앞서서도 약간 설명해 주셨지만 북한을 2번 방문하셨을 때, 어떤 눈에 띄는 변화를 느끼셨나요?

파커 작가: 네. 3년의 시간을 두고 북한을 두 번 방문한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었습니다. 2018년 2번째 여행에서 저를 놀랜 것은 3년의 시간 동안 평양이 얼마나 바뀌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시골은 크게 바뀐 것이 없었죠. 예를 들면 어느 나라에서든 패션의 변화는 경제와 사회 발전의 증거가 되죠. 3년 만에 북한은 30년은 앞당긴 것처럼 보였어요. 제가 2015년에 갔을 때는 나팔바지에 무채색 톤의 옷 그리고 보수적인 옷을 입고 있어서 꼭 1970년대나 1980년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2018년에 제가 다시 돌아갔을 때 여성들은 밝은 투피스 그러니깐 노랗고 빨간 스커트, 무릅 위에 올라오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어요. 매우 높은 하이힐을 신고, 뭔가 반짝이는 게 달린 게 매우 인기가 많았는데요. 디아몬테 아니면 스틸레토 힐이나 아니면 대단한 브로치 같은 것들이요. 여성들이 매우 매우 달랐어요. 2018년에 바에 갔는데, 수제 맥주를 팔고 있었어요. 매주 좋은 맥주였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앉았을 때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왜냐면 쿠션이 있었는데 아이키아(IKEA) 쿠션이었거든요. 가짜가 아니라 정품 아이키아 쿠션이었어요. 제가 북한에 가기 몇 주전에 똑같은 것을 시드니에서 보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알았어요. 이런 작은 것들이 놀라웠습니다. 이런 것들을 북한과 평양에 들여와서 판다는 그 아이디어에 놀란 거죠. 물론 평양 엘리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중요한 사람들과 연결돼 있었고 축척한 부가 있는 사람들인데요. 이들은 ‘돈주’라고 불리는 신흥 부유층, 기업인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는 평양 바깥에서는 크게 축척되지 못했습니다. 평양은 매우 달랐는데요. 그렇지만 코로나19의 개입으로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나혜인 PD: 네. 더 많은 자본주의가 평양에 흘러들어간 것 같은데요…

파커 작가: 네. 절대적으로 그렇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이를 자본주의라고 부르지 않고 그 말을 다른 말로 회피하는데요. 평양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평양의 중산층들은 잘 지내고, 돈이 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제가 평양에서 매우 엄청난 차들을 봤는데요. 차체가 거울처럼 생긴 차였습니다. 아마 차 모델은 중국 것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큰 SUV였는데 정말 거울 같았습니다. 나중에 그게 바이널 랩핑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뭔가 다이아몬드 같은 것이 거리를 달리는 것 같았죠. 이런 것들이 놀라운 거죠. 반대로는 휘발유 대신 나무에 불을 때서 달리는 트럭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트럭의 뒤쪽에 있는 큰 드럼통에 나무를 태우는데요. 그것이 증기를 발생시키고 엔진을 구동한다고 합니다. 완전 다른 2개의 세계였고 동전의 양면이었습니다.

나혜인 PD: 네.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세개입니다. 이번 사진전을 통해 북한 여성의 삶 가운데 어떤 부분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파커 작가: 네. 특히 여성에 대해서인데요. 정부와 정권을 떼어 놓고 여성들만을 본다면 저는 전시회를 통해 북한 여성들이 친구가 있고, 패션을 사랑하고, 자신이 태어난 국가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어머니이자, 아내, 딸이라는 것을 관객들이 알게 되길 바랍니다. 이 여성들은 세뇌당한 로봇이 아니에요. 전 북한에 있을 때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저는 이 여성들이 그 체제 안에서 살아가고 스스로와 가족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얼마나 강하고, 회복력이 있는 창의적인 인간인지에 정말 놀랐습니다. 여러 면에서 북한 여성들의 삶은 우리와는 매우 다릅니다. 하지만 여러 면에서 북한 여성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입니다.

나혜인 PD: 시드니를 기반으로 하는 작가이자 사진작가, 레슬리 파커 작가님. 오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전이 잘 진행되길 바라겠습니다.

파커 작가: 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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