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사회적 단면] 배우자 비자 빌미로 학대 착취 폭행 사례 증가

Family Violence

On average a woman in Australia dies every nine days at the hands of their current or former partner. Source: A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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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비자(파트너 비자)의 스폰서가 된 호주 시민권자들이 이를 빌미로 상대방을 구속, 통제, 협박하는 사례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에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진행자: 파트너 비자 스폰서가 돼 주는 일부 호주인들이 비자 상황을 이용해 임시 비자 소지자들을 구속, 통제, 협박한다는 뉴스를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피해자들의 실제 이야기를 통해 그 심각성이 얼마나 큰지 알아봅니다.

조은아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진행자: 방송에 앞서, 언급되는 피해자들의 이름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조지아 헐리(가명) 씨는 전 파트너가 비자를 취소하기 직전 거의 영주권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그녀는 학대가 실제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매우 지치고 상처가 되는 과정이었다고 SBS The Feed에 털어놓았습니다.

처음 헐리 씨가 파트너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 독일에서 호주로 이주한 이유는 사랑 때문이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호주 정착 초기부터 학대의 전조가 보이기 시작했다구요?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헐리 씨는 호주 정착 초기부터 파트너의 재정적, 정서적 학대의 전조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는데요,

그녀는 “다툼이 있을 때 그는 부엌에 있는 물건을 던지고 커피 머신과 접시 등을 부시면서 욕설을 퍼부었다”고 말했습니다.

한 번은 그녀의  모든 신용카드를 잘라버리고 돈을 쓸 수 없게 통제했다고 하는데요, 공동 계좌를 가지고 있었는데, 전 파트너는 화가 날 때면 모든 돈을 취하고 헐리 씨가 쓸 수 있는 돈이 없게 만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전 파트너는 코카인과 스테로이드와 같은 불법 약물 상용자였다고 하는데요, 그녀는 또 성적으로도 괴롭힘을 당했다고 합니다.
WOMAN
Whenever he was angry, Hurley's abusive ex-husband would tell her to leave Australia. Source: Getty
진행자: 코로나바이러스 록다운 기간 상황은 더 악화됐다고 하던데요,

조은아: 네, 헐리 씨는 호주에서 4년 동안 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호주에서의 삶과 사업을 뒤로하고 독일로 돌아가야만 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괴로웠다고 하는데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임시비자 소지자라는 신분 때문에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을 자격이 안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문제는 파트너 비자의 스폰서가 돼 주는 일부 호주인들이 비자를 취소할 것이라고 협박하면서 피해자들을 원하는 대로 통제, 구속한다는 건데요…

조은아: 네, 헐리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 파트너는 항상 협박을 하면서 그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독일로 돌아가라”고 말하곤 했다는데요, 전 파트너는 그녀가 비자 때문에 그를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이용한 것입니다.

결국 스폰서 자격을 철회하기 이틀 전 그 남자는 모든 청구액을 지불하지 않으면 헐리 씨의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협박했다고 하는데요, 헐리 씨는 그 당시 상환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많았고 운영하던 사업도 문을 닫았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경우 파트너 비자 신청자가 호주에 법적으로 머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사람의 관계에 가정폭력이 있었다는 것을 정부에 입증하는 것인데, 호주법을 잘 모르고 특히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경우 정말 힘든 과정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조은아: 네, 그렇죠. 헐리 씨도 그 부분을 얘기했는데요, 그녀는 파트너 비자와 관련해 지불한 비용 7천5백 달러에 더해 이민 대행인을 고용하고, 필요 문서들을 구비하기 위해 거의 4천5백 달러를 추가로 들여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드는 비용이 너무 많다는 것도 문제지만 학대의 세부 내용을 문서로 작성해 제출해야 하는데, 피해자로서는 그 아픈 기억들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는 점에서 좀 가혹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조은아: 네, 저도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헐리 씨는 학대의 세부 내용에 대해 16 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을 써 보냈음에도 아직 정부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헐리 씨는 “매일같이 눈물이 났고 학대 사실을 진술하기 위해 그 당시 고통을 계속 떠올려야 했기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NSW여성안전(Women’s Safety NSW)’ 단체가 새로운 보고서를 통해 이민자 또는 난민 출신의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어려움을 밝혔는데, 어떤 내용들이 담겼나요?

조은아: 네, 임시비자 소지자나 난민들의 경우 무료 법률 서비스나 가정폭력을 피해 거주할 숙소 지원이 충분치 않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언어 장벽, 비자 상태로 인한 추방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당국의 불신임 등을 포함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행자: 이들의 법률 문제를 도와주는 이민 대행인들도 가정폭력 입증에 필요한 요구 사항이 때로 너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구요?

조은아: 네, 칼 콘라드 씨는 호주이민법서비스(Australian Immigration Law Services)의 이민 대행인입니다. 그는 “가정폭력 입증에 요구되는 문서가 상당하며 가해자가 전과가 없거나 단지 위협 또는 협박이었다면 이를 입증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고 말했는데요,

콘라드 씨는 가정폭력은 호주 사회에 매우 만연하다면서 피해자는 사회적 지지가 필요한데,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엄격한 시스템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가정폭력을 입증하기 위해선 어떤 서류들을 제출해야 하나요?

조은아: 이민부는 가정폭력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법정 증거 또는 비법정 증거(non-judicial evidence)를 피해자가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들 증거에는 법원 서류, 또는 의사, 학교, 경찰 및 심리학자의 보고서가 포함됩니다.

제출된 비법정 증거가 이민부를 만족시키지 않을 경우 해당 케이스는 평가를 위해 이민부 지정 독립전문가(a department-appointed Independent Expert)에게 이첩됩니다.

진행자: 2016년부터는 파트너 비자의 호주인 스폰서가 범죄경력증명서를 제출하도록 이민규제법(Migrations Regulations Act)이 개정됐는데, 이는 심각하고 폭력적인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경우 스폰서가 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측면이 있어 다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비자 신청자들에게 제공되는 정보 부족으로 학대적 관계를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피해자들이 여전히 있다는 건데요

조은아: 네, 이민 대행인 콘라드 씨도 그 점을 지적했는데요, 영주권을 받기 위해 학대적 관계를 지속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파트너 비자 소지자들에게 알리는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 온 이들이 그같은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모를 수 있는데 호주에서 그같은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서면 정보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민부의 한 대변인은 “비자 신청자는 사회복지부의 가정안전정보집(Family Safety Pack)으로 자문을 받는다”라고 말했는데,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까?

조은아: 가정안전정보집은 가정폭력, 성폭행, 강제 및 조기 결혼과 가정폭력 및 파트너 비자에 대한 사실정보 자료표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들은 또 내무부 웹사이트 역시 파트너 비자 신청자가 가정폭력으로 고통받고 있을 경우, 파트너 비자 취득과 관련한 조항에 관련 정보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콘라드 이민 대행인은 파트너 비자의 오랜 처리 기간과 7천7백 달러($7,715)가 넘는 엄청난 비용이 피해자들로 하여금 학대적 관계를 지속하도록 만든다고 우려했습니다.
The Australian Government dumps controversial domestic violence superannuation policy
HOW SOME AUSTRALIANS USE PARTNER VISAS TO CONTROL AND THREATEN MIGRANTS Source: Getty Images/Kittisak Jirasittichai/EyeEm
진행자: 파트너 비자 처리 기간은 보통 얼마나 됩니까?

조은아: 콘라드 이민 대행인에 따르면 파트너 비자를 접수한 날로부터 영주권을 취득하기 까지 2년가량이 걸립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현재는 그 평가 기간이 3년에서 4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둘 사이의 관계에 가정폭력이 있을 경우 이를 입증할 수 있다면 비자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조은아: 네, 영국 출신의 제시카 오브라이언(가명) 씨의 경우가 그같은 사례에 해당하는데요, 폭력적 관계로 고통받았지만 그녀는 그녀에게 다른 선택사항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브라이언 씨는 워킹홀리데이 세컨드 비자를 받기 위해 요구되는 88일간의 농장일을 마쳤을 때 NSW주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전 파트너를 만났는데요,

그녀에게는 생애 첫 연인관계였는데 임시비자 소지자라는 그녀 입장에서는 일종의 ‘약점’이 그의 공격적이자 모욕적인 행동을 참아내도록 했다고 말했습니다.

언쟁이 있을 때면 그는 “내가 지금 너를 소유하고 있는데 뭐하는 것이냐”라고 말하곤 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언어 폭력도 문제지만 신체적 폭력, 성적 폭력이 정말 우려되는데요, 오브라이언 씨도 신체적 폭력에 시달렸다고 하죠?

조은아: 네, 한번은 전 파트너가 녹슨 못이 달린 오래된 문을 주먹으로 친 후 그 문을 오브라이언 씨에게 내려쳐서 그녀는 파상풍 주사를 맞아야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벽에 머리를 부딪히게 해서 기절하기도 하는 등 매번 상황은 더 악화됐고, 결국 둘의 관계는 끝났는데, 오브라이언 씨는 핸드폰과 몇 벌 안 되는 옷가지만 챙긴 채 아무 것도 없이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 떠나야 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다시 시작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이사 비용은 물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했으며 이 모두에 더해 변호사를 선임할 여력은 더더욱 안 됐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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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rien wants to encourage survivors of domestic violence not to fear seeking help. Source: Getty
진행자: 오브라이언 씨, 지금은 학생 비자로 체류하고 있다구요?

조은아: 네, 그렇습니다. 그녀는 전화번호를 바꾸고 다른 주로 이사한 후 현재 학생 비자를 소지하고 있고, 정말 축하할 일은 현재 약혼을 한 상태라는 것입니다.

진행자: 가정폭력은 피해자가 아무런 잘못이 없음에도 스스로 그걸 밝히고 도움을 구하기가 힘든 측면이 있는데요,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겠지만 피해자 스스로 도움 구하기를 꺼려선 안 될 것 같습니다.  

조은아: 네, 오브라이언 씨도 그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녀는 그같은 일을 겪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그 늪에서 빠져 나올 방법은 항상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도움을 구하는 것을 부끄러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상기 내용에 나오는 피해자들의 이름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음을 알려드립니다.

파트너 비자와 가정폭력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이민부 웹사이트()를 방문하십시오.

본인이나 지인이 성폭력, 가정폭력을 겪고 있다면 1800 737 732 번으로 1800 RESPECT로 전화하시거나 1800respect.org.au를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긴급 상황인 경우 000번으로 전화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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