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 그라 42년…"누가 뭐래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성소수자 축제 ‘마디 그라(Mardi Gras, 불어로 ‘참회의 화요일’)’의 하이라이트인 시가지 퍼레이드 행사가 오늘(2월29일) ‘상관 하지 않습니다’(What matters)의 주제를 내걸고 성대히 펼쳐진다.

For the first time, SBS will be broadcasting the event live on TV and via SBS On Demand. (SBS)

For the first time, SBS will be broadcasting the event live on TV and via SBS On Demand. (SBS) Source: SBS

마디그라 축제는 이제 단순히 여성 동성애자(lesbian)와 남성 동성애자(gay)들의 축제가 아닌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 간성애자(intersex), 퀴어(queer)에 지역사회를 포함시키는 LGBTI+Community로 확장됐다.  

42년의 세월 동안 동성애자들은 성소수자로 기성 사회의 한 계층으로 변모했고, ‘금기의 사랑’은 이제 ‘합법화’되는 등 마디 그라 행사의 제반 사항은 급변했다.
gettyimages-970974478.jpg?itok=LHaNTKN1&mtime=1551408942
하지만 ‘성소수자들도 일반인들과 똑 같은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점을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표출한다는 ‘마디 그라’ 행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래서 올해의 주제는 ‘상관하지 않습니다’로 선택했다.

물론 마디 그라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연도의 시민들 수가 100만에서 30만으로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행사 규모는 축소됐지만 그 열기만은 여전하다.

마디 그라 행사의 유래는 1969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gettyimages-178669745.jpg?itok=LXJULqxa&mtime=1581908071
1969년 6월 ‘Stonewall’ 시위

마디 그라 행사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시드니 옥스포드가에 위치한 동성애자들 전용 술집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계속되자 이들은 자신들에 대한 차별중단과 관련법 철폐 등을 요구하며 세계 최초로 동성애자 시위(Stonewall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9년 후인 78년 6월 24일 Stonewall 시위를 기념하기 위해 첫 번째 마디 그라 행사를 시드니에서 개최했으며 1982년부터는 각종 예술행사도 병행하기 시작하면서 마디 그라 행사는 내용이나 규모 면에서 급성장하기 시작한다.
screen_shot_2019-04-09_at_9.34.33_am.png?itok=430AMkJ3&mtime=1554770132
그러나 1985년 에이즈 발견으로 동성애자들에 대한 시각은 더욱더 차갑고 강경해져 마디 그라 행사는 큰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그러나 어려움을 딛고 강행된 행사는 1988년 호주건국 2백주기를 맞아 원주민 동성애자들이 적극 참여하면서 제2의 성장기를 맞게된다.

screen_shot_2019-04-09_at_9.34.00_am.png?itok=i2XYogW-&mtime=1554768254

Early posters for the 'Sydney Gay Mardi Gras', as it was called until 1990.


 

그리고 90년대 들어서면서 마디 그라 행사가 지역경제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각 지역 카운슬들은 행사 후원금 마저 앞다투어 제공하기 시작했다.

 ‘94년 ABC TV의 퍼레이드 생중계’

94년 세계 가족의 해를 맞아 마디 그라 행사는 “우리 모두 한 가족”이라는 주제를 내걸었으며 이날 행사는 호주 공영 ABC 텔레비전을 통해 호주 전역에 생중계되면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때부터 마디 그라 행사는 국제적인 행사로 급성장, 수만명의 참가자에 퍼레이드 관람 군중이 1백만명에 달하는 등 명실공히 국내 최대의 축제로 자리잡았던 것. 

하지만 후폭풍도 거셌다.

“전액 국고 지원으로 운영되는 공영 방송사의 마디 그라 중계가 과연 ABC 방송공사의 설립 목적이나 운영 취지에 부합했느냐”는 거센 논란을 촉발시켰다. 

보수성향의 목소리 큰 라디오 토크백 쇼에서는 연일 ABC 성토대회가 이어졌고, “세계 가족의 해에 브라운관 앞에 모여든 가족들에게 가장 큰 충격적 선물을 안겨줬다”는 비난 속에 ABC는 결국 마디 그라 중계를 포기해야 했다.   

단발성 중계에 그쳤지만 ABC-TV의 마디 그라 중계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함을 인식시켰고, 제3의 성이 존재함을 사실상 공인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되는 등 큰 의미를 남겼다.

그런데 ABC가 포기한 중계를 또 다른 공영방송사 SBS가 지난 2015년 바통을 이어받아 녹화를 했고 올해는 마침내 생중계를 단행했다.

세계 최대의 동성애자 축제 - 마디 그라 42년

42년전 ‘성적 다양성’의 상징적 의미를 내걸고 동성애 문화의 아이콘으로 성장한 ‘마디 그라’.

세계 최대 규모의 동성애자 연례 축제인 마디 그라 행사는 매년 3월을 전후해 호주 시드니의 대표적 동성애 거리 ‘옥스포드 가(Oxford Street)’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올해는 윤달이 끼어 있는 관계로 2월 29일에 거행된다.  

마디 그라 행사는 각종 예술공연으로 시작되며, 한달여 지속되는 이 행사는 대형 시가지 퍼레이드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현란한 복장과 광란에 가까운 몸짓을 하는 국내외 동성애자들 수 천명과 형형색색으로 꾸며진 200여대의 이동 무대차가 동원되는 퍼레이드는 마디 그라 행사의 최절정이다. 

이 행사를 통해 참가자들은 “동성애자들도 일반인들과 똑 같은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점을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표출한다.  동시에 상업적인 파급효과도 대단하다.

실제로 호주에서 열리는 수많은 문화축제 행사 가운데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호주인에 의해 준비되고 밖으로 유출되는 돈이 전혀 없다는 마디 그라 행사.

이 축제가 시드니 지역경제에 매년 안겨 주는 이익은 한때 1억 달러에 달했다. 

이런 이유로 보수계층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마디 그라 행사는 호주를 상징하고 대표하는 종합 문화축제로 자리잡아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쇠락하고 위축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그리고 이제 2017년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면서 마디그라 행사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려야 하는가”라는 의구심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Share
Published 29 February 2020 7:08am
By Samuel Leighton-Dore
Presented by Yang J. Joo
Source: SBS News


Share this with family and friends